살충제 계란 농장주 “수의사가 문제없다며 갖다줘 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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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문제된 남양주 농장 가보니

15일 오후 2시 경기 남양주시 A농장. ‘살충제 계란’을 출하한 바로 그 양계농장이다. A농장에서 키우는 산란계는 약 8만 마리. 주인 B 씨는 32년째 양계농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달 말 남양주시는 관내 농가에 닭 진드기용 살충제를 지원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 포천시의 한 동물약품 판매업체를 통해 피프로닐이 포함된 진드기 살충제 20L를 구입해 사용했다.

B 씨 부부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수의사를 통해 살충제를 구해 썼다”고 주장했다. 부부는 “지난달 초 양계장에 불이 나면서 설비가 고장 나 계란을 수작업으로 꺼냈다”며 “진드기가 너무 많아 고생하다가 수의사가 갖다 준 살충제로 바꿔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B 씨가 과거 약품을 거래하며 알게 된 수의사에게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진드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살충제를 갖다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살충제를 준 수의사에게 “혹시 문제되는 물질이 없느냐”고 확인했지만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게 B 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의사는 한 언론을 통해 살충제 처방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해당 살충제가 수의사를 통해 A농장에 공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단 전화 조사로 판매업체에 소속된 수의사를 거쳐 해당 살충제가 공급된 것은 확인했다”며 “16일 업체 대표 등을 불러 구체적인 경위와 다른 농장에도 공급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B 씨는 “나 때문에 다른 양계장 업주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이날 오후 A농장에선 계란 폐기 작업이 실시됐다. 방역복을 입은 남양주시 직원들이 1m² 크기의 통에 계란을 쏟아 붓고 깼다. 폐기 작업은 오후 늦게까지 진행됐다.

전국 대부분의 농장주는 피프로닐 성분의 살충제 사용 소식에 고개를 갸웃했다. 양계농가는 대체로 물청소나 공기압축기 등으로 청결을 유지한다. 정부에서 공인한 친환경 살충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남 양산시에서 닭 4만 마리를 키우는 삼보농장 심부연 대표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사육농장은 친환경 살충제만 골라 쓰는 등 각별히 신경쓴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프로닐 살충제의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양계농장 관계자는 “노계의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보름에서 한 달가량 물만 먹일 때가 있다”며 “이때 노계가 배출하는 노폐물 탓에 진드기가 몰리는데 이걸 막기 위해 금지된 살충제를 종종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계농가들이 “효과 좋다”는 입소문만 믿고 허용 여부도 모른 채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산란계 농장은 계란 출하 중단의 직격탄을 맞았다. 강원 지역의 한 대형 산란계 농장은 하루에 수십만 개씩 생산되는 계란을 처리할 길이 막막해졌다. 적재 공간에는 이틀 치 생산량만 보관할 수 있다. 농장 관계자는 “추가로 적재 공간을 마련해도 신선도가 생명인 계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남양주=황성호 hsh0330@donga.com / 양산=강정훈 / 춘천=이인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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