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는 32년간 내 삶의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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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에 사퇴소회 e메일 보내… “외부 탓 아니다” 압력설은 부인
포스코, 中에 솔루션마케팅센터

권오준 회장(사진)이 사퇴의사를 밝힌 포스코는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차질 없는 사업진행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19일 중국 포스코차이나 상하이(上海)사무소에 솔루션마케팅센터를 열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자동차강판이나 고급강판 판매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2009년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 판매국에 오른 이래 생산량이 매년 약 3%씩 늘고 있다. 솔루션마케팅센터는 포스코의 중국 제품서비스 업무와 현지 맞춤형 이용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포스코는 2월 베트남에 첫 해외 솔루션마케팅센터를 열었고 이번이 두 번째다.

권 회장의 사퇴발표 이후 포스코 주가는 상승했다. 전날 오전 주당 32만9000원대에서 시작한 주가는 종가 34만9500원에 마감했다. 다음 날인 19일 종가는 35만5000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1.57%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최고경영자를 둘러싼 혼란과 잡음이 해소되고 사퇴 선언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을 주가상승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권 회장이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압력설’이 돌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은 권 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전날(17일) 경찰에 출석해 일명 ‘쪼개기 후원’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황 회장의 모습이 권 회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계속 회장 직을 버티다가는 권 회장 본인도 황 회장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권 회장은 정부와 검찰을 의식한 듯 외압설을 부인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난 권 회장은 외압 때문에 사퇴한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검찰 수사가 부담이 됐는가”라는 질문에도 “내가 그러지 않았느냐, 지금이 굉장히 포스코로서 중요한 시기이며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측면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라고 답했다.

출근 후에는 ‘사임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e메일을 포스코그룹 임직원에게 보냈다. 이 글은 사내 매체에도 오전에 공개됐다. 권 회장은 글에서 “지난 몇 년간 포스코는 구조조정의 긴 터널을 통과해왔다. 여러분들의 열정적인 노력과 단합된 마음이 있었기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다”고 썼다. 또 “포스코는 지난 32년간 제게 삶의 이유이자 비전이었다. 비록 몸은 비켜나 있겠지만 마음은 영원히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의 첫 단계인 승계 카운슬(Council·위원회)을 다음 주 초 열어 선임 절차를 논의하기로 했다. 차기 회장은 외부인사보다는 내부 인사, 전현직 임원 중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권 회장의 사퇴 배경에 정치권과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소문이 도는데 외부 낙하산 인사까지 내려오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다”고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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