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車시장 대폭 개방-지재권 보호”… 트럼프에 협상 손짓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美中 무역갈등 완화 조짐]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서 ‘개방 확대 4대 조치’ 발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불균형 해소’ 요구를 대다수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중국이 미국에 보복성 관세 조치를 예고하며 치닫던 강 대 강 분위기가 반전될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중국 하이난(海南)성에서 열린 보아오(博鰲)포럼 개막 연설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을 강조하면서 ‘시장 개방 확대 4대 중대 조치’를 내놓았다. 시 주석은 ‘미국’을 한 번도 거론하지 않은 채 큰 폭의 대외 개방을 강조했지만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하면서 중국에 요구했던 자동차 관세 인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 해결, 금융 등 시장 개방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시 주석이 정면충돌을 피하고 대화협상을 통해 미중 무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의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가 요구한 자동차 관세 등 양보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금융과 제조업의 대폭 개방을 약속하면서 “은행 증권 보험의 외국 자본 주식 보유비율 제한을 대폭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개방이 제한되던 업종들도 개방할 것”이라며 “특히 자동차 업계의 외자 제한을 빠른 속도로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외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50% 이하의 지분으로 중국 기업과 합작해야 한다.

시 주석은 수입 확대를 강조하면서 “올해 상당한 정도로 자동차 수입 관세를 낮출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국은 무역 흑자를 목표로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수입 확대와 경상수지 균형을 희망한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제품들의 수입 관세도 인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에 최대한 빨리 서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중국이 협정에 가입하면 3조1000억 위안(약 528조 원)에 달하는 중국 조달물자 시장에 미국 기업의 진입이 허용된다.

시 주석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며 “국가지식재산국을 재편해 법 집행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외국 합작 기업의 정상적 기술교류 협력 장려와 중국 내 외자 기업의 합법적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약속했다. 중국시장에 “매력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시 주석은 ‘4대 중대 조치’를 밝힌 뒤 “내가 방금 말한 것들을 빠른 시간 안에 실현할 것임을 강조한다. 개방은 전면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입 확대를 위해) 선진국(미국)이 중국에 대한 하이테크 상품 수출 통제를 완화하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시 주석의 약속은 공교롭게도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미국과 중국의 자동차 관세불균형을 제기하며 “멍청한 무역”이라고 주장한 뒤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줄일 것이며 중국의 무역장벽을 허물고 지식재산권 절도를 막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따라서 시 주석의 이날 연설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보하면서 미중 무역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상무부를 통해 미국산 대두 자동차 항공기 등에 보복 관세 조치를 예고한 것도 대화를 통해 철회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 “강권(强權)의 패도((패,백)道) 말라” 트럼프 비판

시 주석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 보호주의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토로했다. 시 주석은 “냉전 사유와 제로섬 게임은 더욱 낡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함부로 잘난 척하고 자신만 옳다고 하면 사방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아독존하면 안 되고 ‘네가 패하고 내가 이기는’ 제로섬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화를 남에게 전가하면서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강권의 패도를 하지 말라”고 강도 높은 어조로 중국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무역 전면전을 피하는 제스처와 함께 세계를 향해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 미국의 트럼프가 아니라 자유무역, 개혁개방 중국의 시진핑이 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도 시간을 할애했다. “개방할지, 여전히 닫혀 있을지, 전진할지, 여전히 후퇴할지가 인류가 직면한 중대한 선택” “개방은 진보를 가져오고 폐쇄는 반드시 낙후된다” 등의 화법을 반복해 구사한 것이다. 자신은 ‘자유무역의 개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의 폐쇄’로 대비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보아오포럼#개막 연설#개방 확대 4대 조치#발표#시진핑#자동차 시장#대폭 개방#지재권 보호#트럼프#협상 손짓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