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10년, CEO에게 듣는다]<2>정도현 ‘도미누스’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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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인수에만 집중하는 건 위험… 한국형 ‘메자닌 투자’로 수익 낼 것”

“한국형 사모펀드(PEF)가 성공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메자닌 투자’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정도현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적인 경영환경 아래서는 사모펀드가 경영권 인수에만 집중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메자닌’은 이탈리아어로 ‘중간’이라는 뜻으로 메자닌 투자란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측과 공동으로 투자하면서 사모펀드는 기업공개(IR), 재무구조 개선 등 재무적 분야에 주력하는 투자 형태를 말한다. 일종의 ‘저위험 중수익’ 투자 형태다.

2011년 5월 설립된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설립 4년 만에 국내 사모펀드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랜드와 함께 인수한 K-SWISS, KG그룹과 함께 인수한 이니시스(현 KG이니시스) 등 알짜 중견기업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재무적 투자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은 국내 투자시장이 영미권에 비해 규모가 작은 데다 대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고, 연기금이 주력 투자자라는 점 때문이다. 그는 “중소기업 인수에 참여하거나 지분을 재매각할 때 대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활동범위가 넓지 않다”며 “게다가 투자 손실에 민감한 연기금의 투자 비중이 매우 높아 고수익을 위해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메자닌 투자를 통해 재무적 투자자로 사모펀드의 역할을 제한할 경우 수익률은 다소 줄어들지만 경영권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위험 수준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정 대표의 투자방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호응도도 높다. 그는 “해외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다양한 사모투자 회사들이 도미누스처럼 재무적 투자기법을 활용해 위험을 낮추고 수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임유철 H&Q 대표와 함께 사모펀드협의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 대표는 한국형 사모펀드가 지금보다 더 발전하려면 동남아 신흥국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어 앞으로 고성장이 어려워지고 국내 금융시장 투자수익률도 낮아질 것”이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20, 30대 인구가 많고 성장속도가 빠른 국가에 투자해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사모펀드의 활동영역을 지금보다 넓히려면 관련 규제를 혁신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가 아닌 모든 투자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네거티브제(안 되는 항목을 명시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이 경우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발 빠르게 투자 대상을 결정하고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어 투자 성공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사모펀드#정도현#도미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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