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로 46m 크레인 오르니 ‘후들’…서울시 타워크레인 현장점검 동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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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와이어 살펴보는 점검반 15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에 나선 
서울시 관계자가 와이어를 살펴보고 있다. 와이어는 크레인 붐대(가로대)에 연결돼 지상에서 물건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타워크레인 와이어 살펴보는 점검반 15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에 나선 서울시 관계자가 와이어를 살펴보고 있다. 와이어는 크레인 붐대(가로대)에 연결돼 지상에서 물건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믿을 것은 팔과 다리뿐이었다. 사방이 뚫린 사다리 너머로 노을 지는 하늘과 아파트 지붕이 보였다. 안전장치는 씨름 샅바처럼 몸에 감은 로프 하나. 로프 한쪽 끝에 안전 고리가 달려 있지만 사다리를 오를 때는 어디에 걸 수도 없었다. 함께 사다리를 오르던 서울시 관계자가 말했다. “발로 딛고 올라가야지 팔로 매달렸다가는 힘 빠져 놓치면 죽는 거예요.” 약 30분 뒤 지상 46m 위에 오를 때까지 타워크레인은 한 발도 헛디뎌선 안 되는 곳이었다.

15일 동아일보 기자는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의 타워크레인 현장 안전점검에 동행했다. 지난해 타워크레인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안전점검에 나섰다. 2일 기준 전국 195개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 348대가 설치돼 있다.

이날은 송파구의 아파트 공사현장을 점검했다. 이곳 타워크레인은 지난해 말 경기 평택시에서 사고가 난 프랑스 포테인사 제품이다. 타워크레인 주 기둥인 마스트 곳곳에는 하얀 칠이 돼 있다. 용접 부분에 특수 액체를 뿌려 내부를 확인하는 비파괴검사를 받은 흔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부분은 육안 점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사장에 설치되기 전에 확실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트 사다리 곳곳에는 오르내리다 쉬도록 안전 발판과 난간이 있다. 이 안전 난간은 볼트와 너트로 단단히 조립돼 있었다. 시 관계자는 “지난주 점검한 크레인 중에는 덜렁거리는 안전난간을 철사로 감아놓은 것도 있었다”며 “공사기간을 단축하려고 적당히 조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크레인 기사 김모 씨(27)는 “비용을 줄이려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행한 크레인 전문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 수칙은 반드시 지키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0m 높이에서 크레인 높이를 올리는 핵심 부품인 유압실린더를 점검하기 위해 멈췄다. 전문가들은 하늘색 원기둥 모양 실린더 밑을 들여다보며 오일이 새지 않는지 확인했다. “실린더 유압에 이상이 생기면 크레인이 무너지는 대형사고가 난다”며 꼼꼼히 살펴보던 전문가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크레인 사고의 75%는 설치, 해체, 상승 작업 중 발생한다.

마스트 상부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붐대(물건을 매다는 팔에 해당하는 가로대)가 마스트와 연결되는 부분의 볼트 안전핀이 규정 부품이 아니었다. 전문가는 “이 안전핀은 당장 문제는 아니지만 주(主)핀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교체를 권했다. 크레인 소유주 이모 씨(47)는 “검사를 굉장히 꼼꼼하게 하셨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가는 “지적 하나하나가 비용과 직결되니 소유주는 상대적으로 ‘쉬운’ 점검업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두 시간의 점검을 끝내고 현장사무실에서 서류 점검을 했다. 지난해 한 크레인 사고에서는 등록서류상 제조연도가 실제와 다른 경우가 적발됐다. 사무실에는 크레인 매뉴얼이 없었다. 이 씨는 “집에 영어 매뉴얼만 있다”고 했다. 전문가는 “번역을 맡기면 3000만 원이나 드는 데다 전문용어라서 제대로 번역하지도 못해 수입업체는 대부분 번역하지 않는다. 정부에서 정식 번역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원청 건설사는 안전교육 자료를 보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가는 “총 4시간 교육을 했는데 자료가 A4 용지 단 2장이라면 좀 부실한 것 같다”고 권고했다. 건설사 측은 “축약 보고서라 그렇다”고 해명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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