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분당 3배 신도시… ‘K-스마트시티’ 수출 날개 달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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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쿠웨이트 용역계약 체결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바데르 알와가얀 쿠웨이트 주거복지청장은 경기 성남시 분당, 판교와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둘러보고 세 번 놀랐다. 한국이 짧은 기간에 녹지가 풍부한 신도시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탄했고, 도시 하나로 대규모의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특히 한국의 정보기술(IT)이 접목된 ‘미래형 도시’를 눈앞에서 확인해 놀라움이 더 컸다. 당시 와가얀 청장을 수행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쿠웨이트 측이 한국형 스마트신도시에 완전히 마음을 뺏기는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중동에 제2의 건설 한류를 일으킬 ‘한국형(K)-스마트시티’ 건설 사업이 2019년 쿠웨이트 사막에서 첫 삽을 뜬다. LH는 3일 쿠웨이트 측과 이 사업의 마스터플랜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 사막에 ‘분당 3배 규모’ 스마트시티 조성


국토교통부는 이날 LH와 쿠웨이트 주거복지청이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규모의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 신도시’ 개발 사업을 위해 이 같은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마스터플랜 용역 계약에 따라 신도시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 설계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 신도시는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곳에 조성된다. 면적은 64.5km²로 분당신도시(19.6km²)의 3배가 넘는다. 사막 한가운데 주택 2만5000∼4만 채가 들어서고, 상업·의료단지, 복합 리조트 등 투자 유치 구역도 조성된다. 택지 개발에만 40억 달러, 주택과 공공시설물 건축까지 포함하면 약 10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쿠웨이트 정부는 결혼한 남성에게 주택 한 채를 준다. 하지만 집이 모자라 애를 먹고 있다. 현재 대기자가 11만 명에 이르지만 연간 주택 건설 물량은 1800채 정도에 그친다. 박상우 LH 사장은 “쿠웨이트는 주택 미공급 가구에 보조금으로 매년 6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다.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사회 불안 요소”라고 말했다.

쿠웨이트는 한국에서 이 난제를 풀 모범답안을 찾았다. 쿠웨이트 측은 2015년 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처음 신도시 조성 사업 참여를 제안했다. 그해 LH 컨소시엄이 제안한 사업 계획이 마음에 들었던 쿠웨이트 정부는 당초 용지보다 수도인 쿠웨이트시티와 20km나 더 가까운 압둘라 신도시 건설 계획을 한국에 맡기기로 했다. 쿠웨이트 국왕은 지난달 강호인 국토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적극 전수해 달라”며 특별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와 같은 중동의 금융·관광 허브가 되려면 한국의 스마트시티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한국형 스마트시티 수출 교두보 마련

정부는 미래형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기대되는 ‘K-스마트시티’ 수출 1호 프로젝트를 따내 한껏 고무됐다. 그동안은 외국 정부가 발주한 사업을 우리가 경쟁을 통해 따냈다면 이번엔 정부가 물꼬를 트고, 공공과 민간 기업이 함께 도시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주도한 것이 다르다.

착공 시점은 이르면 2019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LH와 쿠웨이트 주거복지청은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토부는 “사업 용지가 국유지라 토지 매입 비용이 없고, 전력과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 및 분양 책임은 쿠웨이트 정부가 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한국형 스마트시티 해외 진출의 물꼬를 텄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쿠웨이트는 8곳의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며, 7곳은 아직 사업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김석기 국토부 해외건설지원과장은 “이번 계약을 통해 나머지 7개 신도시 건설 사업 진출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26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스마트시티 100곳을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에너지와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스마트시티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권용복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중동 지역의 도시 개발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스마트시티#신도시#쿠웨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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