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적개발원조, 현장 전문가 보내야 성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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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크 차관 지낸 김남석 前차관
이론만 아는 연구인력은 한계 뚜렷… 의대-공대 육성 현지서도 환영받아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가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이론만 아는 전문가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2013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우즈베키스탄 정보기술통신발전부 차관을 지낸 김남석 전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 1차관(61·사진)은 ‘향후 한국의 ODA가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답을 말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에 큰 그림 못지않게 특정 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와 지식을 원하는데 정작 ODA 담당자 중 상당수는 현장 경험이 거의 없어 실망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발전 경험과 우수성은 충분히 알려졌다”며 “우리의 장점과 노하우를 알리는 것 못지않게 개도국의 니즈를 더욱 성의 있게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근무하는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무에 능통하고 현지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사람을 보내야 한다”고 말해 왔다.

2010년 8월∼2011년 12월 행안부 차관을 지낸 그는 한국 공무원 중 처음으로 다른 나라의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돼 ‘공무원 수출 1호’로 꼽힌다. 한국 벤치마킹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지난해 9월 사망)은 김 전 차관을 독대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의 공직 경력은 ‘해외파’와는 거리가 멀다. 해외 근무 기회가 적은 총무처와 행자부에서 계속 근무했다. 1984∼1986년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닌 게 해외 근무의 전부다. 그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정부 모두 강력히 추천해 차관직을 수용했지만 현지 공무원들은 전자정부 사업을 정부 부처 홈페이지 디자인 작업 정도로 생각했다”며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고, 비효율적인 업무체계를 개선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전 차관은 공무원과 일반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정보인 개인, 법인, 지리, 자동차 관련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결과 유엔의 정보화 관련 평가에서 우즈베키스탄은 2014년 100위권, 2016년 80위권으로 큰 상승세를 보였다. 성과에 고무된 루스탐 아지모프 우즈베키스탄 제1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미스터 김은 우리 정부의 순위가 30위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여기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한창 성장하고 있고 한국에 대한 관심도 크다”며 “공공 분야는 물론이고 민간 섹터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진출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공무원과 전문 인력들도 개도국의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활동할 기회를 좀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보통신 분야 못지않게 교육, 특히 의대와 공대 육성과 관련된 ODA 사업이 현지에서도 환영받고, 우리 인력들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국의 공적개발원조#김남석#개발도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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