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시설 대신 엄마가” 가정양육 돕는 서울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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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공간 ‘열린육아방’ 만들고 세 집 이상 품앗이육아 예산 지원
급할때 맡기는 ‘시간제보육’ 확대
가정육아 부모들 “市 지원도 좋지만 정부 양육수당 먼저 현실화해야”

서울시는 지난해 ‘열린육아방’이라는 공동육아 공간을 만들었다. 공공기관이나 아파트 경로당 등을 활용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육아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다. 열린육아방에서 아이들이 모여 노는 동안 부모들은 시름을 잠시 덜 수 있다. 서울시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의견을 내는 엄마들, 특히 3세 미만 아이가 있지만 어린이집에는 보내지 않는 엄마들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서울시는 열린육아방을 2020년까지 2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 서울시, 가정육아에도 방점

열린육아방처럼 영아(만 0∼2세)나 유아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부모 품에서 키우는 가정을 돕는 서울시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음 달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내놓거나 준비하는 보육 공약이 보육기관 중심이라 더 그렇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를 집에서만 키우는, 가정육아 부모들은 “정부의 보육예산이 많다고 하지만 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갈 뿐이다. 부모들은 잘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물론 가정양육수당은 나온다. 정부가 무상보육을 시작하면서 2013년 3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전 계층에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금액보다 많이 적다. 현재 만 0세(0∼11개월)는 월 20만 원, 만 1세(12∼23개월)는 월 15만 원, 만 2∼6세(24∼84개월)는 월 10만 원을 각각 받는다. 반면 어린이집 지원금(종일반)은 월 82만5000원(만 0세 기준)에서 월 43만8000원(만 2세 기준)이다. 이렇다 보니 집에서 키울 여건이 되는데도 어린이집 같은 기관에 아이를 보내려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이같이 ‘아이를 보육시설로 떠미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가정양육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먼저 품앗이 공동육아 지원을 들 수 있다. 아동학대 사건으로 어린이집이 연이어 물의를 빚자 그 대안으로 부모들이 시도하는 공동육아를 시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나 한 마을에서 품앗이 형태로 아이를 함께 키우면서 육아 부담도 덜고 보육 환경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엄마들이 지원을 받으려면 적어도 세 가정 이상이 공동체를 이뤄 서울시의 ‘공동육아 마을공동체 사업’에 지원하면 된다. 선정되면 최장 3년까지 연간 300만∼1000만 원 내에서 지원을 받는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올해 예산 4억7000만 원을 확보했다.

시간제 보육 지원도 있다. 집에서 아이를 보는 엄마, 아빠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잠시 맡길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에 이런 공간이 62곳 있고 시간당 4000원만 내면 된다. 서울시는 이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 지방정부 힘만으로는 한계

그러나 보육은 시 차원에서 해결하기엔 너무 벅찬 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중앙정부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딸 양육을 위해 2년 전 회사를 그만둔 백민아 씨(38·여)는 “국·공립 보육기관을 늘려준다고 해서 갓난아기를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데려다놓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며 “아이를 만 2세까지 엄마 아빠나 조부모가 기르는 가정에 정부가 경제적 도움을 더 준다면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전준하(가명·37·여) 씨는 “아이를 봐주시는 부모님께 용돈이라도 더 드릴 수 있도록 국가가 보조해 준다면 육아 문제가 훨씬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영아는 부모와의 애착 관계 및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려면 시설에 맡기는 것보다 집에서 키우는 게 좋다”고 말한다. 핀란드는 만 3세 이하 자녀는 부모가 키울 수 있도록 가정에 월 50만∼60만 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한다. 고제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를 가정에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에게 지원하는 양육수당을 지금보다 최소 10만 원 이상은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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