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눈치만 봐” 주민에 질책 받는 지방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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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공천제 부작용 놓고 논란… “당이 좌지우지” “폐지땐 돈선거”

“구의원은 현대판 ‘매관매직(賣官賣職)’이었어요.”

구의원 출신인 한 서울시의원은 “기초의회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줄을 서지 않으면 당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나마 지금은 좀 나아졌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방의원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에는 “국회의원에 종속돼 눈치만 본다”는 불신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은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는 정당공천제가 유지되는 한 어쩔 수 없다”는 탄식이 나온다.

정당공천은 자금과 세력을 앞세운 지역 토호(土豪)보다 역량과 자질이 뛰어난 인재를 정당이 후보로 내세워 책임정치를 구현하자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을 사실상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광역·기초의원 후보를 경선으로 뽑기도 하지만 국회의원이 심중에 둔 사람이 누구인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의원이 이들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의 지역 행사에 ‘동원’되는 것이 일이다. 예외가 있겠지만 국회의원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 시의원이 국회의원 지역사무소의 사무국장을 지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가 최대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지방분권을 주장하지만 역설적으로 지방의원 스스로는 중앙의 국회의원에게 종속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중앙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 지역밀착형 정치를 펼치려면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공천에 코가 꿰이는 이상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지역구 관리를 해주는 ‘부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찬동 충남대 교수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는 지역 정당이 형성되지 않은 채 전국 정당이 과점 구조를 이어간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반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지방선거는 돈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당공천 과정이 생략된다면 기본적 검증조차 안 된 어중이떠중이 후보가 난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성이나 장애인 같이 사회적 소수자와 정치 신인이 정치권에 진입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정당공천제는 폐지하되 유권자의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후보자가 소속 정당을 표시할 수 있게 하는 정당표방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당이 복수공천을 하거나 현재 정당체제 같은 다당제 구도가 해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지방의원#정당공천제#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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