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운영되는 학교 왜 없애나” 자사고, 일반고 전환 추진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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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내년 추첨제 시사하자 학부모들 “사교육 유발, 폐지명분 안돼… 우수학생 과학고-영재학교 몰릴것”
정부 보조금 최대 1840억 추가 예상

“자율형사립고가 없어져야 할 명분이 있습니까? 대통령이나 교육감은 자사고가 과열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보는데, 그게 자사고 때문인가요?”

문재인 대통령이 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한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이르면 내년부터 자사고의 입학전형을 추첨제로 바꾸겠다고 시사하자(본보 5월 12일자 A16면 참조) 교육 현장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A고 관계자는 “평등사상을 중시하는 중국도 오래전부터 엘리트 교육을 한다”며 “모두 일반고로 만들면 교육의 특수성과 자율성은 어떻게 보장하고 인재는 어떻게 양성할 거냐. 자사고를 도입할 때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사고로 통칭해 부르는 전국 46개교는 서로 출발이 다르다. 김대중 정부는 평준화에 따른 획일화된 교육을 극복하고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2002년 자립형사립고 6곳을 승인했다. 정부 재정이 부족하니 스스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학교에 자율권을 주자는 취지였다. 이 학교를 이명박 정부는 자율형사립고라는 이름으로 전국으로 확대했다. 현재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과 광역 단위 자사고 36곳이 있다.

자립형사립고 출신 B고 관계자는 “2010년 정부가 우리를 자율형사립고로 강제 전환시키면서 ‘매년 학생납입금의 20%를 법인전입금으로 내면 전국 단위 학생 선발권을 유지해주겠다’고 약속해 10억 원씩 부담한다”며 “정부가 못하는 인재 양성을 15년간 잘해왔는데 정부 스스로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고 관계자는 “친(親)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성향 교육감들이 대통령 공약까지 있으니 대놓고 자사고를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자사고의 주장에 적잖은 학부모들도 공감한다. 한 학부모는 “일반고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고민하지 않고 모두 똑같은 학교만 만들면 되겠느냐”며 “자사고를 없애면 우수 학생들은 과학고나 영재학교로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일반고는 입시 대비가 안 되고 면학 분위기도 안 좋으니 어떡하냐”며 “잘 운영되는 학교를 갑자기 없앤다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때 발생할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학비가 3배 정도 비싼 대신 정부 보조금을 안 받는다. 하지만 일반고로 전환하면 각 시도 교육청이 사립학교에 주는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 자사고는 학교별로 10억∼40억 원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최대 18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이 구체화되면 등록금을 일반고와 동일하게 하고 보조금을 다 지원할 건지, 등록금을 조금 더 받고 일부만 지원할 건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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