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최영진]광역의회 유급 보좌관제로 전문성과 예산절감 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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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한국 정치의 가장 역설적인 풍경 가운데 하나가 지방자치제다. 정부와 국회, 언론 모두 지방자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가 광역의회 유급보좌관제 실시를 반대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방 행정의 시무나 예산 규모를 감안할 때 의원들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제대로 된 의정활동이 어렵다고 진단한다. 주요 광역의회의 경우 의원 1인이 심의해야 할 예산이 2000억 원이 넘는다. 서울시는 3000억 원에 가깝다. 대부분의 광역단체의 경우 의원 1인이 감시해야 할 공무원도 300명이 넘는다. 일도 많고 역할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좌할 인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유급보좌관제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무산되고 말았다.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무슨 돈이 있어 지원해주냐”는 것이다. 고질적인 재정적자로 공무원 급여조차 제대로 줄 수 없는 지방단체에서 의정 비용을 늘리겠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판은 과도한 일반화의오류를 범하고 있다. 재정 문제만 해도 그렇다. 재정자립도는 지방단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방의회부터 의정보좌관제를 도입하고, 여건에 맞게 지방 주민들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확대하면 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방 의회 활성화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예산절감 효과다.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문제는 방만한 예산집행이다. 지난해 정부가 ‘자치단체 예산낭비 사례 및 방지 방안’ 아이디어를 공모할 정도였다. 결국 재정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기능을 극대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의정보좌관이 꼭 필요하다. 지방의회, 특히 광역의회에 유급 의정보좌관제가 가장 절실하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고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견제와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정보좌관제가 도입된다면 의정활동 역시 더욱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취업절벽에 허덕이는 많은 유능한 인재가 지방의회로 유입되어 들어올 것이고,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지방의회들의 전문성 부족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문제는 지방의회 의정보좌관제 실시 여부보다는 실시할 경우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제기되는 비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이 지방의원들의 개인비서나 지역구 관리와 같은 사실상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정보좌관의 역할과 기능을 엄정히 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의원직 상실과 같은 엄한 처벌 규정을 둔다면 개인비서나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하는 문제는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지방자치제#광역의회 유급보좌관제#의정보좌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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