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기상청… 자문관 뽑는다더니 퇴직선배들로 채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국감서 인력 부실운용 질타

기상청이 예보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자문관제도가 ‘회전문 인사’의 수단으로 전용돼온 사실이 드러났다. 베테랑 예보관을 위촉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경력조건에 턱없이 못 미치는 퇴직자들을 불러들인 데다 그나마 예보와 전혀 관계없는 업무에 채용했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기상청이 퇴직자 중 예보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예보관을 위촉해 자문관으로 두기로 한 제도가 일반 퇴직자들의 재취업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자문관제도는 2009년 처음 도입됐고 지난해 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 의원이 이 제도로 채용된 11명의 이력을 살핀 결과 7명은 전체 근무경력 중 예보경력이 20년에 못 미쳤다. 특히 3명의 경력은 10년도 안 됐다. 그나마 이렇게 뽑힌 자문관들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기는커녕 지방에 배치돼 예보와 관계없는 방재업무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 경쟁률도 대부분 1 대 1에 불과해 유능한 자문관을 선별하겠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민주당 소속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자문관을 들인다더니 선배들 자리나 만들어 준 거냐”며 “기상청이 기상천외한 답변을 많이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감 뒤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2명, 올해 1명 등 몇 명을 빼곤 대부분 기존 취지와 다르게 채용돼온 것은 맞다”며 “당초 취지에 맞는 인물을 채용하겠다”고 해명했다.

예보 인력의 역량 비판도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은 “지난해 550억 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했는데도 기상특보 등 적중률이 저조한 이유는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하는 인력의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강수 유무 예보 적중률은 2015년 46.2%에서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한 2016년 45.2%로 오히려 떨어졌다. 슈퍼컴퓨터 4호기는 일본 슈퍼컴퓨터의 6배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기상청이 3년간 지진관측기기 검인증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기상청#자문관#퇴직선배#국감#인력#부실운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