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성민]3년전 그때처럼… ‘우왕좌왕’ 해수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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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경제부
박성민·경제부
“시험 인양 결과가 좋으면 곧바로 실제 인양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18일 오후 6시경 해양수산부는 출입기자들에게 ‘돌발 문자’ 한 통씩을 보냈다. 요지는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침몰한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시험 인양 결과와 기상 여건이 좋고 현장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결정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작업 시작 시점인 19일 오전 6시를 불과 12시간 앞둔 때여서 언론사엔 불이 났다.

문제는 3시간 뒤에 터졌다. 이날 오후 9시경 해수부는 “기상 여건 변경으로 실제 인양 시도를 취소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상 상황이 바뀔 것으로 예상돼 시험 인양도 불투명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해수부의 졸속 판단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해수부는 억울해했다. “인양작업을 맡은 중국업체 ‘상하이샐비지’가 인양할 수 있다고 했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언론에도 최대한 빨리 알리려다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라는 해명도 내놨다. 하지만 불과 하루 전까지도 해수부의 태도는 달랐다. 시험 인양 결과를 보고 세밀한 본인양 계획을 세우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에서 세월호 인양이 임박해질수록 해수부가 조급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수부는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10일에도 느닷없이 세월호 인양 현장 공개 계획을 발표했다. 또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과 팽목항을 찾아가 “세월호 3주년(4월 16일) 전에 선체를 육지에 거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인양 일정을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에도 정부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3년이 지난 지금에도 해수부가 허둥대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일각에선 “인양을 맡은 상하이샐비지가 시간이 지연될수록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양을 서두른다”는 말까지 있다. 사실이 아니더라도 인양 결정을 현장의 판단에만 맡기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해수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재난 상황에서는 현장 판단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장이 조바심을 내더라도 이성적으로 상황을 조율하는 게 컨트롤타워의 임무다. 이런 해수부의 자세는 인양 실패 책임을 업체에 미루려는 태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세월호 인양을 미룬다’던 음모론은 이제 ‘대통령이 탄핵되자 세월호 인양을 서두른다’로 바뀌었다.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중국 업체의 요구나 정치적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과 희생자 가족만 바라보는 정부를 보고 싶다.

박성민·경제부 min@donga.com
#해수부#세월호#인양#컨트롤타워#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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