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옛 중앙정보부 건물, 인권교육의 장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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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시절 고문수사로 악명… 서울시, 내년 8월까지 조성 계획

박정희 정권에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등의 피해자들은 중구 예장동 4-1번지 ‘남산’이라고 불리던 곳으로 끌려왔다. 최민화 민청학련계승사업회 대표는 “지하의 육중한 철문에는 헌병들이 서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면 겉으로는 사무실 같은 곳에 책상과 각목, ‘5파운드 곡괭이’가 있었다. 그들은 두 책상 사이에 철봉을 걸고 거기에 나를 거꾸로 매달아 고문했다”고 증언했다.

이곳 ‘남산’은 고문수사로 악명 높던 옛 중앙정보부 6국(학원수사 담당)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3층짜리 건물이 헐리고 지하시설만 일부 남아 있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라는 어두운 역사를 돌아보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시설로 조성한다고 15일 밝혔다.

이 건물이 언제 지어졌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1972. 4. 5.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이라고 적힌 정초석(定礎石·머릿돌)으로 연대를 추정할 뿐이다. 1995년 서울시가 주변의 옛 중정부장 관저(현 ‘문학의 집’), 안전기획부 본관(현 유스호스텔), 안기부 5국 건물(현 서울시 남산1청사) 등과 함께 정부로부터 한꺼번에 매입해 서울시 소유가 됐다.

이후 서울시 남산2별관이라는 이름으로 균형발전본부의 사무공간으로 쓰였다. 지난해 3월 해체 후 재구성하기로 결정하고 고문 피해자 인터뷰와 전문가 조언을 받아 어떻게 조성할지 방향을 잡았다.

서울시는 중정 6국을 의미하는 숫자 ‘6’과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를 담아 ‘기억6’이라고 이름 짓고 내년 8월까지 조성을 끝낼 계획이다. 인권을 주제로 한 대형 빨간 우체통 모양의 전시실과 300m² 규모의 광장 등이 들어선다. 광장에는 건물 잔해를 활용해 기둥 6개를 세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던 곳을 시민에게 돌려줘 우리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남산#중앙정보부#인권교육#군사정권#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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