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北, 핵협상 실패땐 리비아처럼 종말… 위협 아닌 팩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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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비핵화 힘겨루기]회담 앞두고 트럼프 이어 강력 경고

트럼프-김정은 얼굴 새겨… 정상회담 기념주화 벌써 제작한 백악관 미국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로 보고 기념주화부터 제작해 공개했다. 백악관 통신국(WHCA)은 21일(현지 시간) 다음 달 12일 개최할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 기념주화를 선보였다. 앞면(위 사진)에는 성조기와 인공기를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다. 김정은의 영문 직함을 ‘Supreme Leader(최고 지도자)’라고 표현하고 
‘평화회담’이란 한글도 새겼다. 뒷면(아래 사진)엔 백악관과 그 위를 날아가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모습을 새겼다. 
현지 언론은 이 기념주화가 250개 생산됐다고 전했다. 피터 알렉산더 NBC 기자 트위터 캡처
트럼프-김정은 얼굴 새겨… 정상회담 기념주화 벌써 제작한 백악관 미국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로 보고 기념주화부터 제작해 공개했다. 백악관 통신국(WHCA)은 21일(현지 시간) 다음 달 12일 개최할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 기념주화를 선보였다. 앞면(위 사진)에는 성조기와 인공기를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다. 김정은의 영문 직함을 ‘Supreme Leader(최고 지도자)’라고 표현하고 ‘평화회담’이란 한글도 새겼다. 뒷면(아래 사진)엔 백악관과 그 위를 날아가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모습을 새겼다. 현지 언론은 이 기념주화가 250개 생산됐다고 전했다. 피터 알렉산더 NBC 기자 트위터 캡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방송에 나와 북한과의 핵협상이 실패할 경우 북한은 리비아 같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합의에 실패하면 초토화됐던 ‘리비아 모델’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인 부통령이 나서 ‘리비아 모델’을 공개 거론한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뒤 정권이 붕괴된 리비아 모델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갖고 있다.

○ “합의 없으면 리비아 모델처럼 끝나게 될 것”

펜스 부통령은 이날 밤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리비아 모델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대통령이 분명히 했듯이 만약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합의하지 않는다면 리비아 모델이 끝난 것처럼 (북한도)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그런 비교는 위협(threat)처럼 해석될 수 있다’고 말하자 펜스 부통령은 “나는 그게 사실(fact)이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담했던 대로 성과가 없을 경우 여전히 북-미 회담장을 나와 버릴 수 있느냐’는 질문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실수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모델’에 선을 그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비핵화 자체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속임수를 쓰도록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펜스 부통령은 이어 “대통령은 정상회담 개최에 여전히 열려 있다”며 “비핵화 목표와 최대한의 압박 캠페인을 강하게 유지하면서도 그 길(정상회담)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말한 대로 현재로선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계획이) 계속 진행 중이며 변화가 생긴다면 여러분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 돌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추진의 위험 부담을 계속 떠안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 참모들에게 질문을 퍼부었다는 전날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아직까지는 북-미 회담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17일 북-미 회담 개최에 대해 “우리는 (북-미 정상이 만날) 장소에 관해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양측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회담 준비에 관해 협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백악관 “한국 정부 중재 역할 의심”

북한이 태도를 바꾸자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북한 협상대표(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가 한국 정부에 대해 ‘무지하고 무능하다’고 비난한 이후 한국 정부의 역할이 의문시되고 있다”며 “일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북한 문제에서의 진전을 강하게 바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핵 폐기 협상 의지를 과장했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말해 왔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정치적 부담을 나누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이 더 강해지면서 회담 성사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강해지는 분위기다. CNN은 “다음 달 북-미 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현지 호텔을 둘러본 백악관 보좌관들이 ‘북-미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점점 줄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김정은보다 절박한 입장에 처한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펜스#핵협상 실패#리비아#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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