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개표오류 0% 약속 지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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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85 ‘만반의 준비’
분류기 촤르륵 돌자 모호한 투표지 재확인함에 쏙쏙… 육안검사 3번 더

개표 점검 참관하는 권순일 선관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권순일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김대년 
사무총장(왼쪽), 문상부 상임위원(가운데) 등이 19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종합상황실 개소식을 연 뒤 개표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민주주의의 뿌리라 불리는 지방선거는 주민이 주인 되는 선거여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개표 점검 참관하는 권순일 선관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권순일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김대년 사무총장(왼쪽), 문상부 상임위원(가운데) 등이 19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종합상황실 개소식을 연 뒤 개표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민주주의의 뿌리라 불리는 지방선거는 주민이 주인 되는 선거여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류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용납할 수 없습니다.”

6·13지방선거를 정확히 91일 앞둔 14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지 분류기 검사 장소. 모의 투표지를 이용한 개표 점검이 한창이었다. 교육을 담당한 서울시선관위 최한필 주무관의 말에 검사요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 점검 시작과 함께 선거 당일 유권자들의 ‘선택’을 분류하고 집계할 기기가 ‘촤르륵’ 소리와 함께 쉴 새 없이 작동했다. 점검요원들은 분류 결과를 보여주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 개표 오류 ‘0%’를 향한 ‘전쟁’

중앙선관위는 선거 준비를 ‘전쟁’이라 표현한다. 선관위가 ‘전쟁’에서 이겨야만 유권자들이 안심하고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철저한 선거 준비는 선관위에 대한 신뢰를 담보한다. 각 후보자들도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

선거 준비 과정 중에서도 중앙선관위가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개표 작업이다. 개표 과정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도 없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이달부터 전국의 6·13지방선거 개표 현장에서 사용될 총 2558대의 투표지 분류기 점검을 시작했다. 14일은 서울의 각 구에서 사용할 투표지 분류기 159개를 점검하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40여 명의 검사요원이 각 분류기의 작동 상태를 점검했다.

모의 투표지는 두 종류로 나눠 시험했다. ‘기호 1번 갑당 백두산, 기호 2번 을당 한라산, 기호 3번 병당 관악산’ 등 후보자 이름을 각종 산 이름으로 가상 설정한 시도의회의원선거와 시도교육감선거 모의 투표지였다.

2002년 치러진 제3회 지방선거에서 처음 사용된 투표지 분류기는 크게 운용 PC와 투표지 적재함, 스캐너 등으로 구성된다. 기표된 투표지를 순식간에 스캔 및 인식해 각 적재함으로 투표지를 보내고 그 결과를 운용 PC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후보자 6인 기준으로 분당 340장의 투표지 분류가 가능하다. 기표도장이 조금이라도 잘못 찍힌 투표용지는 스스로 재확인 대상 적재함으로 보내는데 이렇게 분류된 투표지는 여러 명의 검사요원들이 최대 3단계에 걸쳐 육안으로 무효 여부를 판단한다. 사실상 개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는 최대 4번에 걸쳐 분류기를 점검할 계획이다. 검사 요원들의 숙련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계적 결함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다.

○ 공간 부족해 몽골텐트 설치하기도

중앙선관위는 올해 1월 전국의 투표소 확보 및 점검 작업도 시작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적합한 투표소는 장애인 편의시설과 유권자 접근성이 확보돼야 한다. 종교 시설이나 정당 등 선거 관련 시설은 적합하지 않다. 투표 관리를 위한 면적도 확보돼야 한다. 문제는 투표소 확보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선거 당일 전후 짧은 기간에 임대해줄 수 있는 임대인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 부천시선관위는 최근 새로운 투표소 찾기에 나섰다가 진땀을 쏙 뺐다. 지방선거의 특성상 대선 때보다 많은 투표용지 수량 등을 적재하기 위해 보다 넓은 투표소 확보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이다. 이 선관위는 결국 지역 내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건물 앞 공터에 몽골텐트를 설치해 투표소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개표소 확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성동구선관위는 최근 성동구가 공사비를 들여 개관한 구내의 한 스포츠센터를 개표장으로 활용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센터에서 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하는 일부 회원들이 임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성동구선관위 서형태 사무국장은 “일부 개인의 이익 추구로 지방자치단체 시설의 공익 목적 활용이 어려워진 대표적 사례여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선관위 투표소 점검 대상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사용됐던 투표소 1만3964곳과 사전투표소 3507곳이다. 투표소 점검은 선관위 업무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유권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공간은 과감히 배제하고, 대체 투표소 확보에 나선다.

○ “이것만은 제발 피해주세요”

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앙선관위를 의외로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 있다. ‘악성 민원’이다. 중앙선관위는 6·13지방선거를 대비해 유권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선거 안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선거사무안내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중에는 하루 평균 1900여 건의 민원전화를 처리했다.

문제는 악성 민원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뽑은 대표적인 악성 민원은 인격 모독과 욕설, 성희롱 등이다. 선거법 관련 질의나 선거 관련 제보 과정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답변을 받으면 일방적으로 고성과 심한 욕설로 일관하는 사례, 만취한 사람의 장시간 통화, 상담원을 향한 인격 모독, 상담원 성희롱 등이 해당된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민원을 처리하는 직원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기 위해 심리치료상담사 제도도 운영 중이다.

중앙선관위 문응철 대변인(홍보국장)은 “선거 준비는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는 준비에서부터 개표까지 모든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6·13지방선거#개표오류#선관위#투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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