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학술대회 축소지시 일부 사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실체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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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진상조사위 보고서 공개
“양형위 위원이 연기-축소 압박… 법원행정처도 연구회 견제… 임종헌 前차장 부당 지시는 없어”

법원 고위 간부가 사법개혁을 주제로 한 국제인권법연구회(연구회)의 학술대회 축소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대법원 자체 조사 결과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8·사법연수원 16기)이 후배 판사에게 학술대회와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했으며, 이를 거부하자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법원 내부 통신망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7쪽 분량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대법원이 지난달 13일 이 전 대법관에게 진상조사를 위임한 지 36일 만이다.

조사위는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18기)이 연구회의 학술대회 개최를 앞두고 법원행정처 내부 회의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해 대책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상임위원은 2015∼2016년 연구회 회장을 지낸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차관급) 고위 법관이다. 연구회는 전국 법관을 대상으로 ‘사법독립과 법관 인사제도’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지난달 25일 연세대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상임위원은 연구회 관계자에게 “학술대회 내용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위는 “이는 적정한 수준과 방법의 정도를 넘어선 부당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판사들의 학술모임 중복 가입 금지 조치를 취한 데 대해서도 “연구회 또는 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기 위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이 수원지법 안양지원 이모 판사에게 ‘학술대회를 축소하라’며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위는 또 이 판사가 2월 정기인사에서 법관들이 선호하는 보직인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 났다가 원래 소속 법원으로 다시 돌아간 것도 임 전 차장과는 무관하다고 결론 냈다. 임 전 차장은 10년 단위로 받아야 하는 법관 재임용 심사를 포기하고 지난달 19일 법원을 떠났다.

조사위는 이 밖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법원 수뇌부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뒷조사를 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원행정처의 업무 처리 시스템 및 관행을 개선하고 사법제도 관련 내부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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