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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소설같은’ 거짓말을 “깜도 안된다” 감싼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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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소설같은’ 거짓말을 “깜도 안된다” 감싼 셈

입력 2007-09-11 03:01수정 2009-09-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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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이 그동안 신정아 씨 사건과 관련해 거짓 해명을 계속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변 실장(가운데)이 8월 28일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유공자 격려 오찬장으로 가고 있다. 앞에는 그를 철석같이 믿고 두둔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꼭 소설 같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현실화됐다.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의 신정아 씨 관련 해명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변 실장만 ‘철석같이’ 믿고 자체 조사 요구를 무시하던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완벽한 사기를 당한 꼴이 됐다.

노 대통령은 “깜이 안 된다”고 했지만 ‘깜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청와대브리핑’은 “시중 정보지처럼 미스터리한 용어만 쓴다”며 모든 것을 ‘언론 탓’으로 돌렸지만 변 실장과 신 씨의 관계가 ‘미스터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변 실장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통보’할 때까지 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청와대는 10일 밝혔다. ‘꼭 소설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10일 오전 호주 시드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하자마자 변 실장 문제에 대해 민정수석비서관실의 보고를 받고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처음부터 사실을 말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진실을 말하지 못한 데 대해서 매우 화를 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변양균 구하기’에 총출동한 청와대=변 실장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가 사건 초기부터 총출동해 변 실장 비호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변 실장의 거짓말을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창구 구실을 했다. 변 실장 의혹이 불거진 8월 24일 천 대변인은 “청와대 차원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민정수석실의 자체 조사 여부, 과테말라에서 장윤 스님과 통화를 했는지 확인을 위한 통화명세 조회 여부를 물을 때마다 “계획이 없다”며 어이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변 실장 의혹 등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요즘 깜도 안 되는 의혹들이 춤을 추고 있다”거나 “꼭 소설 같다”고 언론의 의혹 제기를 비판했다. 홍보수석실은 8월 31일 ‘청와대 브리핑’에 ‘참여정부엔 실세가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변 실장에 대한 언론 보도를 ‘시중 정보지에나 나올 법한 소설’이란 식으로 비아냥댔다.

▽민정수석실은 뭘 조사했나=전 수석은 10일 긴급 브리핑에서 “자체적으로 사실 확인을 했지만 변 실장의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청와대의 내부 관리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변 실장의 과테말라 전화 의혹 규명을 위한 통화명세 조회 여부를 묻자 전 수석은 “확인하고 있었으나 장윤 스님과의 통화가 친구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바람에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핵심 참모인 변 실장의 말만 믿고 사실 관계 자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판단 근거가 된 민정수석실의 자체 조사가 엉터리였음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상황 관리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덕성에 치명타, 레임덕 가속화=변 실장의 거짓말 파문으로 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참모들의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해 뚜렷한 진실 규명 노력이나 본인 해명에 대한 검증도 없이 일방적 주장만 대변하며 제 식구를 감싸 온 노 대통령의 권위가 크게 실추되면서 그만큼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나아가 신 씨 사건 초기부터 불거졌던 이른바 또 다른 ‘배후’ 의혹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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