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산 “한반도문제, 中이해와 관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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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원포인트 정상회담]‘패싱’ 우려해 적극 개입 의사 밝혀
中매체 “핵심이익 문제”로 보도
영어통역 오역 그대로 인용해 논란

중국 관영 매체가 25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한반도 안보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영어 방송인 관영 중국국제TV방송(CGTN)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다”며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말하는 핵심 이익은 중국의 국가안보와 주권과 관련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를 뜻한다. 실제로 왕 부주석이 이렇게 발언했다면 남중국해 영유권과 대만, 티베트 문제 등 중국의 영토 주권 문제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돼 온 중국의 핵심 이익에 한반도 문제를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전환을 뜻하며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왕 부주석은 실제로는 “한반도 문제는 확실히 중국의 이해(利害)와 관련된다”며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희망한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어 통역이 “이해”를 “핵심 이익(core interests)”으로 잘못 번역했고 중국 관영 매체가 이를 그대로 보도한 것이다. 왕 부주석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중국의 외교 사령탑을 맡고 있는 실세다.

왕 부주석이 핵심 이익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문제가 중국의 이해와 관련 있다고 발언한 것도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자국 이해와 결부시켜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를 천명한 것이다.

왕 부주석의 발언은 급변하는 정세 속에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6·25전쟁의 정전협정 당사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한반도 문제에도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로서 개입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 협상, 종전선언, 평화협정 과정에서 중국 배제(차이나 패싱)=중국의 이익 침해’로 간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미중의 4자 협의 체제로 풀어야 한다는 중국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 국무원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중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가 25일 본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회담 취소가 “한반도에 커다란 불확실성과 위험을 준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매체들은 27일 북-미 정상회담 준비 재개 움직임과 깜짝 남북 정상회담을 속보로 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동시통역을 통해 생방송으로 전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 지지하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굳건히 지지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계속해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왕치산#한반도문제#중국 이해#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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