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兆 추경하더니, 남아돈 예산 11兆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해 400조원 나라살림 결산
계획변경-집행지연 6조8000억, 경제 살리기 마중물 약속 헛말
기재부, 사업별 현황 파악 못해

2016년 정부가 예산 398조5000억 원(추가경정예산 포함) 중 기금을 제외하고도 11조 원을 쓰지 못하고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편성한 추경 예산액과 같은 규모다. 국가부채는 공무원연금 등을 뒷받침하는 752조 원의 충당부채를 더할 경우 1400조 원을 넘어섰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된 2013년부터 4년 연속 예산 불용액은 10조 원을 초과했다. 이 때문에 경제 살리기의 마중물로 나랏돈을 활용해야 하는 정부가 정작 집행하기로 약속한 예산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과 허술한 결산이 반복되는데도 재정 당국과 국회가 모두 손을 놓으면서 400조 원의 나라살림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의결했다. 이 보고서는 감사원 검사를 거쳐 다음 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돼 결산자료로 활용된다.

정부가 쓰지 못한 예산 11조 원 중에는 사업계획이 변경되거나 집행이 더뎌 남은 예산이 6조80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저유가, 금리 인하 등 경제 여건이 바뀌어 집행되지 않은 예산이 2조3000억 원, 재해대책 예비비 중 남은 돈이 1조9000억 원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서 불용액이 얼마나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 재정관리 시스템으로는 사업별로 불용예산을 관리하지 않고 추후에 따로 집계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별 불용예산은 각 부처가 직접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에 보고한 뒤 결산심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불용예산 규모는 2013년 이후 4년째 계속 10조 원을 넘고 있다. 2013년 불용 처리된 예산은 18조1000억 원에 이르렀고,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17조5000억 원, 10조8000억 원에 달했다.
 
▼ 예산 주먹구구-세금 과다징수, 공무원연금 포함 국가빚 1443兆 ▼

정부가 애당초 예산을 꼼꼼하게 편성했다면 불용액만큼 다른 사업에서 지출을 늘려 적극적인 경기 부양을 꾀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 4년간 50조 원이 넘는 나랏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묵힌 셈이다.

2016년 예산에서 예상보다 많이 남은 부분은 우체국 예금 이자다. 재작년에 예산안을 편성할 때 연 3.5%를 적용했는데 실제 지난해 이자율이 1.5%에 그쳐 약 1조 원의 불용액이 발생했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음 연도에 예산을 편성할 때 해당 부처의 불용액만큼 그 부처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필요한 금액보다 더 많이 예산을 편성해 두고 세금을 많이 걷으면 결국 민간 부문의 위축을 초래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 600조 원을 넘어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1년 전보다 35조7000억 원 늘어난 627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 5124만5707명으로 나눠 계산해 보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약 1224만 원이다. 공무원·군인연금 등에 써야 할 돈까지 포함한 국가부채도 1433조1000억 원에 이른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천호성 기자
#추경#예산#11조#국회#정부#예산 불용액#박근혜#국가빚#과다징수#공무원연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