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로켓맨(=김정은), 그 자신과 정권에 대한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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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개막]트럼프 연설 “北 완전파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말 그대로 북한을 ‘극도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했다. 이제까지 내놓은 대북 발언 가운데 가장 강력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6차 핵실험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 전략 도발을 일삼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최후통첩으로 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언 곳곳에서 북핵 폭주 저지를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등 참여해 준 모든 나라에 감사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모든 나라가 북한이 호전적인 행동을 멈출 때까지 북한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를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라고 재정의했다. “모든 책임감 있는 국가의 지도자는 자신의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며 자국을 앞세우는 행위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이어 “동맹국들과 세계에 영원히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면서도 “더 이상 이용당할 수는 없다. 나는 미국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말해 북핵 위기 타개를 위한 국제공조를 요청하면서도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타국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주권(sovereignty)’이라는 개념을 수차례 강조하며 다양한 국가들이 각자의 주권을 지키며 이익을 추구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가치와 문화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 ‘화합(harmony)’을 이루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가 국가 간 충돌을 결코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미국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스스로 빛나 다른 나라들에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우리는 우리 방식의 삶을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해 극도의 개입주의 정책은 지양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견지해 온 ‘미국 우선주의’ 안보관에 의미 있는 변화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의 유엔 분담금 축소를 공언하는 등 다자외교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 온 그가 북한과 이란 저지를 위해 미국 일방주의와 함께 국제사회 공조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하는 일종의 ‘투 트랙’ 행보를 나타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더 세련된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설명하고 나선 것은 핵·미사일 완성과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북한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국을 포함한 전 세계 나라들과의 외교적 압력과 제재를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군사적 옵션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북한이 핵심 의제로 등장한 것도 오랜만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데뷔 연설이 ‘전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연단에서 돌발적인 정치 발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를 위해 이번 연설에선 텔레프롬프터(연설 원고를 모니터로 보여주는 장치)를 적극 활용하며 또박또박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나갔다. 하지만 특유의 손짓 등 강렬한 제스처를 구사해 전 세계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북한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듣다 연설 도중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박정훈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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