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이어 美-유럽서 음반 발매… 김병덕이 누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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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라이트 인 디 애틱’社가 재조명… 1990년대 한국 실험음악의 선구자
“독창적 명상 음악, 세계 알릴 기회”

세계 시장에 소개되는 한국 실험음악가 김병덕(오른쪽)의 베스트앨범 ‘Experiment No. X’ 표지(왼쪽). 김병덕·대한일렉트로닉스 제공
세계 시장에 소개되는 한국 실험음악가 김병덕(오른쪽)의 베스트앨범 ‘Experiment No. X’ 표지(왼쪽). 김병덕·대한일렉트로닉스 제공
신중현(80)에 이어 김병덕(63)의 음반이 미국과 유럽에 정식으로 발매된다.

미국의 재발굴 음반 전문 유통사 ‘라이트 인 디 애틱’은 최근 한국 실험음악가 김병덕의 베스트앨범 ‘Experiment No. X’를 LP레코드 형태로 세계 시장에 내놨다. 미국, 유럽의 현지인들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 ‘라이트 인 디 애틱’은 앞서 2011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신중현의 음악을 영문 해설과 함께 음반에 담아 발매했다.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김병덕은 1990년대 한국 아트록(art rock)과 실험음악의 선구자다. 재즈와 현대음악, 예술성과 실험성을 결합한 명상적인 음악을 추구했다. 당시 국내 심야 라디오를 통해 주로 유럽 아트록이 국내 마니아들의 수집 대상이 되던 때, 동물원 출신 이성우를 비롯해 조윤, 김병덕이 한국적 아트록을 발표해 큰 화제가 됐다.

이번 음반에는 1992∼1996년 김병덕이 낸 ‘Experiment No. 2’ ‘Pot Concerto’ ‘New Trilogy’ 앨범에 실린 주요 8곡이 발췌돼 담겼다. ‘Shaman Tree’ ‘Ride in Smoke’ ‘Land of the Morning Calm’ 등이다. 김병덕이 작곡과 편곡은 물론이고 기타, 신시사이저, 단소 연주도 도맡았다. 김병덕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에 음반을 기획하면서 언젠가 유럽 마니아들도 한국적 명상의 세계를 음악을 통해 이해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다”면서 “20년 만에 끝내 꿈을 이룬 듯해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병덕은 부산 경성대 작곡과를 중퇴한 뒤 음반점을 운영하며 작곡에 매진했다. 그는 “인류가 나아갈 음악적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10년 이상 작곡에만 정진했다”며 “단 한 개의 음을 통해 명상에 들고 황홀경에 닿을 수 있는 음도(音道)의 세계를 일관되게 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공연과 신작 발표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음반을 제작한 ‘대한일렉트로닉스’ 측 관계자는 “요즘 서구권 젊은이들 사이에 김병덕의 음악과 같은 희귀한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이나 뉴에이지 장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독창적이고 한국적인 실험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했다.

영국에서 마스터링을, 프랑스에서 LP 제작을 맡은 이 음반은 아마존닷컴, 타깃 등 해외 주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한다. 한국에서는 김병덕이 직영하는 부산의 음반 매장 ‘먹통레코드’(mucktong.com·051-246-3753)와 서울의 메타복스(metavox.co.kr), LP러브, 클리크 레코드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재발굴 음반 전문 유통사#라이트 인 디 애틱#김병덕#아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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