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기름값 책임, 정유사 향하지 않았다…유류세 인하에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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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4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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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정부 정공법, 가격인하로 내수소비 증가할 것”
2008년엔 ‘기름값 묘하다’ 압박…울며 겨자먹기 100원 내려

2018.10.14/뉴스1 © News1
2018.10.14/뉴스1 © News1
정유업계가 정부의 유류세 ‘깜짝’ 인하 방침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치솟는 기름값으로 우려되는 석유제품 수요 부진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어서다. 국내 유가 급등의 책임을 정유업계로 돌리지 않고 정부가 유류세 인하라는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14일 정부의 유류세 인하 계획에 대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떨어지면 소비가 증가하는 등 내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 역시 15주 연속 오르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0월 둘째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15.4원 오른 리터당 1674.9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503.1원)보다 171.8원 높은 수준이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제품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 7~8월 국내 내수시장 석유제품 수요는 1억5547만배럴로 지난해 같은기간(1억5765만배럴)보다 1.3% 감소했다. 여름철이 휘발유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드라이빙 시즌’이란 점에서 업계의 불안감이 커진 상태였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체들이 최근 수출 위주의 사업전략을 꾸리고 있는데 미중 무역분쟁으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안정적인 내수 수요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공행진을 하던 기름값이 떨어지면 정유업계로 향하는 전국민적 기름값 인하 압박도 누그러질 개연성이 크다. 정부 방침대로 유류세를 10% 인하할 경우 10월 첫째주 기준 리터당 1660원의 휘발유 가격은 1578원으로 82원이 낮아진다. 지난해 평균 휘발유 가격(1491.3원)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당장 가계 부담은 덜 수 있다. 경유는 1461원에서 1404원, LPG부탄은 925원에서 904원으로 인하 여력이 생긴다.

정유업계는 특히 정부가 과거 사례처럼 업계를 압박하기보다 세수가 줄더라도 유류세를 내리는 정공법을 택했다며 환영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국내제품 가격도 오르는 것이지만 정유업계에 책임이 전가되는 측면이 많다”며 “비슷한 상황에서 과거 정부가 업계를 타깃으로 해 가격인하를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행보”라고 설명했다.

2011년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서 120달러로 치솟자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0원대에서 2000원대까지 올라갔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기름값이 묘하다”고 직접 정유업계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유사·주유소 회계 장부를 직접 들여다보겠다며 압박했다. 결국 정유업계는 같은 해 4월 휘발유와 경유값을 한시적으로 리터당 100원 내리기로 했다. 당시 100일간 기름값을 인하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80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야 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한시적 인하’라는 점에서 불안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류세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시점을 잘 지켜봐야 한다”며 “외려 국제유가가 더 높아진다면 유가상승분과 세금 인상분이 한번에 영향을 미쳐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마지막으로 유류세 인하를 결정한 건 2008년이다. 같은 해 3월10일부터 12월31일까지 약 10개월간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10% 인하했다. 이 기간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유류세가 제자리로 돌아온 시점에도 기름값 인상 영향은 크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이란산 원유 제재로 국제유가의 상승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로 이란의 일 평균 석유 수출량(250만배럴)이 100만배럴 이상 감소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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