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뉴스를 대신할 때… 알고리즘 권력이 세상 주도[광화문에서/김유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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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더 오래 체류하게 왜곡돼 있다. 자극적 정보 등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광고 수익을 늘리게 설계돼 있다.’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을 담당했던 엔지니어의 발언이다.

그는 영국 가디언과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관한 유튜브 추천 시스템을 들여다본 것. 두 후보 이름을 번갈아 치면서 검색되는 영상과 추천되는 영상 상위 1000개를 분석한 결과 3분의 2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편향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내용을 보여주거나 영상 자체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유튜브가 어느새 뉴스 영역까지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재미와 정보 전달을 넘어 정치 사회 이슈와 관련된 현상에 영향을 줄 때다. 유튜브는 영상이 끝나면 바로 다른 영상을 추천해 자동 재생해준다. 구독자 이용 패턴을 분석해 추천한다는 이 알고리즘이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 행동·기술연구소는 검색 알고리즘 조작 실험을 통해 선거에서 부동층 20% 정도는 알고리즘 조작으로 투표 대상을 바꾸게 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런 기제가 통한 곳이 바로 브라질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유튜브가 브라질을 어떻게 극단주의로 치닫게 했는지’를 탐사 보도했다. 유튜브에서 구독자 100만 명을 거느리며 인종차별과 혐오 등 과격 언행을 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경제난과 범죄에 시달리는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아 지난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특히 기타를 배우려는 소년이 기타 레슨 유튜브 영상을 접했다가 이 영상 운영자의 극단주의적인 사고에 빠져들면서 이 정치인의 열광적인 지지자로 바뀐 사례도 소개됐다.

실제로 미 하버드대 버크먼클라인센터는 브라질 유튜브에서 중립적인 정치 영상이나 예능 영상을 봐도 이는 ‘미끼 영상’일 뿐 결국 혐오와 차별, 음모 등이 담긴 영상으로 치달았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보는 영상이 전체 영상의 70%에 이르기에,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편견이 강화되는 필터버블(filter bubble)이 생기고 균형 있는 논의가 이뤄지는 숙의 민주주의가 위협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에는 아직 먼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이 유튜브로 뉴스 관련 영상을 보는 비율은 40%로 조사 대상 38개국 평균(26%)보다 높다(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튜브가 ‘정치의 장’으로 변모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 규제도 거론되지만 이는 표현의 자유와 상충될 수 있다. 트럼프가 CNN 등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언론을 가리켜 가짜뉴스를 생산한다고 몰아세우는 등 가짜뉴스 용어 자체가 무기가 되곤 한다.

오히려 지난해 발효된 유럽연합(EU)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의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들을 권리’에 착안하면 어떨까. 인공지능(AI) 추천 호텔 예매 서비스를 수용하는 이용자들이 추천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려 하는 것이다.

미디어도 다르지 않다. 이용자들은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이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조작된 정보(disinformation), 악의적인 정보(malinformation)를 담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유튜브가 자동재생과 추천목록을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공정하게 운용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등 ‘플랫폼의 책임’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지난 선거가 드루킹 댓글 공작으로 홍역을 앓았다면 영상의 힘이 커져가는 앞으로의 선거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유영 디지털뉴스팀 차장 abc@donga.com
#유튜브 알고리즘#이용 패턴#미끼 영상#정치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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