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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로보캅’ 근육으로 무장한 82세 최고령 보디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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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로보캅’ 근육으로 무장한 82세 최고령 보디빌더

양종구기자 입력 2018-09-08 12:57수정 2018-09-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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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스파이더 얼티밋 챌린지에 참가한 서영갑 씨 현장에서 포즈.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근육은 나이가 없습니다.”

최고령 아마추어 보디빌더 서영갑 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온 첫 인사였다. 호적엔 1937년 생으로 돼 있지만 실제론 1936년에 태어나 올해 만나이로 82세인 그는 “근육은 내게 만병통치약이다”라며 매일 근육을 키우고 있다.

그가 근육 키우기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었다. 약 40년 전.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대학입시를 지도할 때 일이었다.


“고3 영어 교사였는데 학부형들 성화가 대단했다. 학생들 성적 올리기 위해 새벽 출근하고 야간 수업까지 하고…. 격무에 시달린 데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밤 12시 넘어 동료 교사들과 막걸리도 마시는 생활을 수 십 년 했더니 갑자기 40대 초반에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학생들 입시를 책임지고 있어 큰일이다 싶어 병원과 한의원 등을 알아보다 우연히 ‘아령 운동법’을 시작하게 됐다.”

모 신문에 1963년 제5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변영태 전 국무총리(1969년 작고)의 건강관리법이 소개된 것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변 총리께서는 국내외 어디로 출장을 가든 아령을 들고 다니면서 근육 운동으로 건강을 지켰다고 했다. 그 때부터 ‘운동이 살길이다’고 생각하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바로 3kg짜리 아령 2개를 샀다. 당시 사람들이 즐겨하던 배드민턴이나 탁구, 테니스 등은 파트너가 있어야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아령운동은 틈나는 대로 혼자 하면 된다는 생각에 결정한 것이다. 학교에 매어 있으니 따로 시간을 내기도 어려웠다.

“시간만 나면 아령을 들고 근육을 키웠다. 아령으로 못하는 운동이 없었다. 팔, 어깨, 등 등 상체 근육은 물론 아령을 들고 스쿼트와 런지 등을 해 하체 근육도 강화할 수 있었다. 한 2년을 했을까…. 거짓말같이 허리와 무릎의 통증이 사라졌다. ‘야! 이제야 살았다. 이게 특효약이구나’ 하고 운동에 더 매진했다. 그 아령으로 아직도 운동하고 있다. 그 아령은 우리 집의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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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여년을 혼자 훈련했다. 대구 달성고, 경북고, 경북여고, 대구고, 대구과학영재고를 거쳐 덕화여중 교장을 끝으로 1999년 8월 31일 정년퇴직하면서 본격적인 아마추어 보디빌더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구 서영갑 씨 집 2층
“책을 보기는 했지만 나 혼자서만 했던 운동이었다. 어떻게 보면 비전문가로서 운동한 것이다. 정년퇴직으로 자유의 몸이 됐으니 체계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공부하면서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년퇴직하고 4일 뒤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게 됐다. 관장에게 ‘60세 넘어서도 근육을 키울 수 있냐?’고 했더니 ‘잘 오셨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해 바로 등록했다.”

제대로 배우며 운동했더니 근육도 제대로 붙었다.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던 중 약 2개월 뒤 미스터대구 선발대회가 열린다는 공고를 보고 도전하게 됐다.

“관장에게 이제 시작인데 대회에 출전해도 되겠느냐고 했더니 ‘옷 좀 벗어보세요’하고 하더라. 내 몸을 보더니 ‘운동을 열심히 하셔서 다른 데는 괜찮은데 배가 좀 나왔네요. 보디빌딩은 근육미를 자랑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이 많으면 점수를 많이 받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했더니 경상도 말로 ‘바짝 쪼아봅시다’하며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줬다.”

그해 10월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린 미스터대구 선발 대회에 출전해 50세부에서 당당하게 우승했다. “50세부 이상은 없어 출전했는데 우승까지 하게 됐다. 그게 기폭제가 돼 19년째 운동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 각종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무려 120회가 넘게 입상(3위 이내) 했다.

그는 피트니스센터에서 딱 4년 배우고 주로 혼자 운동하고 있다. 평생 살고 있는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단독주택을 그의 ‘헬스클럽’으로 꾸며 놓은 이유다. 2층은 각종 대회에 출전해 획득한 우승컵과 메달, 상장, 사진 등으로 꾸며놨고 지하는 각종 운동기구를 설치해 피트니스클럽처럼 만들었다.

“집사람이 편한 아파트로 가자는 것을 내가 막았다. 틈나는 대로 훈련해야 하는데 아파트로 가면 아래 위 층에 소음이 들릴 수 있어 운동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근육 운동을 하면서 허리 무릎 통증도 사라졌지만 어느 순간 자신감도 얻었다.

“난 다소 왜소한 체격이었다. 그런데 근육을 키우면서 자세도 좋아지고 힘이 세어지니까 당당해졌다. 내 또래 동기들을 보면 벌써 하늘나라로 간 친구도 있고, 누워 있는 친구도 있다. 모임에서 만나더라도 대부분 허리가 굽고 힘이 없어 지팡이를 짚고 있다. 자 봐라. 난 아직 아령을 쉽게 들어올리며 운동할 수 있지 않나. 하하하.”


서 씨에게 근육운동은 생활이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약속 등 갑자기 일정이 생기면 움직이면서 운동을 한다. 먼저 2kg짜리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찬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걸으면 하체근육은 물론 상체의 등 근육과 복근까지 키워준다. 집을 나갈 때가 있으면 항상 모래주머니를 찬다. 팔공산 등 등산 갈 때도 차고 다닌다. “모래주머니를 안 차고 나가면 몸이 붕붕 뜨는 느낌이 있어 더 불편하다”고 할 정도가 됐다. 모래주머니는 1995년부터 차고 다닌다. 하루 수십 km를 걸어도 전혀 힘들지 않단다.

운동을 못하는 날은 자전거 튜브를 들고 다니면서 상체 근육을 키운다. 그는 “튜브로 못하는 상체 운동은 없다”며 다양한 운동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난 지하철과 버스에서 앉아본 적이 없다. 칼프레이스(뒤꿈치 들기)를 하며 목적지까지 간다. 나이 들었다고 자리를 양보하면 ‘전 서서 가는 게 편합니다’고 정중하게 사양한다.”

그에게는 운동이 생활이고 생활이 운동이다. “운동은 생활이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고 말한다. 꼭 피트니스센터 등 특별한 장소에 가서 해야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평상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 서영갑 씨 집에서 아령 및 튜브 운동. 가보가 된 아령
“운동 안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기구도 없다고 얘기한다. 핑계에 불과하다. 요즘 자기 체중으로 하는 운동법도 많이 나와 있다. 몸이 기구다. 방법만 알면 언제 어디서든 근육 운동을 즐길 수 있다.”

그는 최고령 보디빌더로 알려지면서 방송 출연도 많이 하는 등 ‘인기 스타’가 됐다. 정년퇴직하면서 각종 사석 모임에서 아령을 사서 돌리며 ‘근육 운동 홍보’에 힘썼던 서 씨는 ‘근육운동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체육과학연구원(현 스포츠정책개발원)에서 주최하는 지도자 교육 때 강사로 서는 등 각종 복지관과 노인정 등에서 ‘근육 운동의 장점’을 직접 보여주고 운동법도 알려주고 있다. 요즘에도 월 2~3회의 특별 강연 요청에 강사로 나서고 있다. 운동법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보디빌딩 강사 자격증도 땄다.

서 씨가 9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스파이더 얼티밋 챌린지에 도전했던 것도 ‘나도 하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다’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스파이더 얼티밋 챌린지는 허들 달리기부터 턱걸이, 팔굽혀펴기, 토스투바(Toes-to-bar·바를 두 손으로 잡은 채 두 발끝을 동시에 바에 닿게 하는 동작), 바터치버피(Bar-touch-burpee·두 손이 바에 닿도록 점프한 뒤 푸시업) 등 종목을 순서대로 실시하는 대회. 유산소 및 무산소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아주 힘든 경기다. 2분에서 3분간 하지만 젊은 선수들도 경기를 마친 뒤 오랫동안 숨을 몰아 쉴 정도로 강도가 세다.

“대회 주최 측에서 참가하라고 했을 때 ‘내가 그걸 어떻게 하느냐’며 거절했다. 그랬더니 ‘다른 분들이 보고 희망을 주기 위해 꼭 나오셔야 합니다’고 끈질기게 부탁하기에 참가하게 됐다.”

서 씨는 이날 50대 이상 선수들이 겨루는 스페셜 매치에 최고령으로 참가했다. 7명 중 5위. “80세 넘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만족한다. 우리 아이들도 ‘일부 종목에선 아버지가 가장 잘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부러워하면서도 따라 하는 사람은 적어 아쉽단다. 그러면서도 서 씨를 보면서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요즘 모임에 가면 그때 안 따라 한 것을 후회한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다. 내가 근육운동을 권유한 사람 10명중 1, 2명만 따라했다. 그래도 그 1, 2명은 지금 건강하게 노년을 즐기고 있다.”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스파이더 얼티밋 챌린지에 참가한 서영갑 씨 현장에서 포즈.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 씨는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킨다.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했을 때부터 하루 한 시간 안팎 근육 운동을 하면 2일은 쉬었다.

“과욕은 없다는 게 내 생활신조다. 주위에서 무거운 것을 들며 운동하면 더 무거운 것을 들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심리다. 하지만 그러다 잘 못될 수 있다. 난 근육 키우는 것을 즐기지 힘자랑하려고 근육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대구 서영갑 씨 집 2층
각종 책을 보면서 운동을 했는데 근육 형성은 ‘파괴의 메커니즘’이라고 설명돼 있었다. 근육 운동을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지고 그 근육이 다시 회복하면서 굵어진다는 것이다. 피로하면 근육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 꼭 하루 운동하면 2일은 휴식을 취하며 가볍게 걷기 등을 즐겼다.

“난 먹는 것은 가리지 않는다. 엘리트 보디빌딩 선수들은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기도 하지만 난 하루 밥 3공기 꼬박꼬박 먹고 제철 과일, 견과류, 각종 고기도 먹는다. 운동 열심히 하는데 못 먹으면 얼마나 불행한가. 건강과 행복이 목표다. 운동은 수단일 뿐이다. 운동이 목표가 되면 불행해진다.”

서 씨는 요즘도 각종 친목 모임에 참석해 막걸리 2병이나 맥주 3,4병까지 마실 정도로 활력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서 씨는 외관상으로 20년은 젊게 보인다. 3년 전 모 방송사에 출연하게 돼 병원에서 신체나이를 알아봤는데 ‘40대의 신체’라는 결과가 나왔단다.

“나이 들면서 병으로 방에 누워만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해야 행복하지 않겠나? 난 아령을 들기 시작하면서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없다. 비타민 등 영양제도 먹어본 적이 없다. 2년에 한번 국민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만 받고 있다.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난 현재 아주 건강하다. 근육이 있어 행복하다.”

‘로보캅’처럼 근육으로 무장한 탄탄한 그의 몸매에서는 보기만 해도 건강미가 물씬 풍긴다.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 앞에서 나이 듦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서 씨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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