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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지금까지 오른 산봉우리만 1만 6000개…80세 산악인, 그가 산을 타게 된 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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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지금까지 오른 산봉우리만 1만 6000개…80세 산악인, 그가 산을 타게 된 계기는?

양종구기자 입력 2018-09-01 12:27수정 2018-09-0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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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룡보 씨 제공
심룡보 씨 제공
1938년 생으로 올해 딱 80세가 된 예비역 육군 중령 심룡보 씨는 매주 5일, 한달에 20일 이상 산을 탄다. 1987년 10월 울릉도 성인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오른 산봉우리만 무려 1만6000개가 넘는다. 2014년 9월 1만 봉우리, 2016년 12월 1만3000 봉우리에 이어 최근 1만6000 봉우리에 올라섰다. 심 씨는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명산의 봉우리는 물론 전국의 전혀 알려지지 않는 산의 봉우리까지 섭렵하고 있다. 앞으로 1000봉우리를 더 오른 뒤 산을 더 탈지 고민을 하겠단다. 기자와 인터뷰를 한 8월 31일에도 경기도 포천의 산을 탈 예정이었다.

“산의 개념이 아니라 봉우리 개념이다. 설악산에 많은 봉우리가 있듯 산의 봉우리를 오른다. 한 달에 20일 씩 오르더라도 1000 봉우리를 다 오르려면 4~5년은 걸린다. 그 때도 건강하면 다시 1000 봉우리를 더 오를 계획을 세우겠다.”

산을 타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어떤 봉우리든 오르면 ‘정복했다’는 성취감을 준다. “어쨌든 그 산의 제일 꼭대기에 오른 것 아닌가.”


심 씨가 산을 타게 된 계기는 건강 때문이 아니었다. 대부분 건강을 위해서 산을 타지만 그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 산에 간다. 그에겐 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는 1959년 하사관으로 육군에 입대한 군인이었다. 1977년 영관급 장교로 다시 입대해 중령까지 올랐지만 더 이상 진급이 안돼 1990년 9월 전역하게 된다.

“전역은 했지만 당시 50세 초반으로 뭘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두려웠다. ‘오늘은 또 뭐하지?’ 고민 속에서 하루가 시작됐다.”

전역한 뒤 초기엔 주변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도 술 마시고 놀음을 하니까 주위에서 신고해 경찰에 잡혀간 적도 있다. 유치장에서 하루 자고 5만 원 벌금내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고민하던 중에 거인산악회를 알게 됐다.”

1990년대 초 거인산악회는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었다. 공수부대에서 활약할 때 비행기 점프를 61회 할 정도로 도전적인 그에게 등산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몇 번 따라갔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 때부터 계속 따라 다녔다. 57일 만에 백두대간을 완주했다. 다시 거꾸로 내려오면서 백두대간을 완주했다. 백두대간은 북한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설악산·태백산·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말한다. 북한 부분을 제외하고 남한의 산줄기를 모두 타는 것을 백두대간 종주라고 한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8년 동안 1대간 9정맥을 완전히 종주했다. 백두대간엔 정맥 지맥 등이 있는데 거의 다 갔다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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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대한민국에 있는 산의 봉우리는 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는 주요 산은 물론 알려지지 않는 산도 타기 시작했다. 1만 봉우리를 넘게 가다보니 전국의 마을이라는 마을은 다 가봤다. 대한만국엔 산도 많고 골짜기도 많은데 사람이 안 사는 곳이 없었다.”

두 번 이상 간 산만 2000개가 넘는다. 두 번을 가건 10번을 가건 봉우리 정복 횟수는 1회로 친다. 단순 산술적으로는 심 씨는 봉우리 오르기로는 2만 번을 넘게 한 셈이다.

등반은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할 때도 있고 혼자 갈 때도 있다. 혼자 갈 때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고 함께 갈 땐 어울릴 수 있어 좋단다.

“화요일에는 만산동호회, 목요일에는 강송산악회, 토요일에는 청산수산악회와 함께 산행을 한다. 그리고 혼자 주 2회 이상 산을 탄다.”

심룡보 씨 제공
서울시에만 산악회가 1000개가 넘는단다. 혼자 가는 날에는 인터넷을 보고 특정 산악회가 자신이 가보지 않는 산으로 가면 신청해서 함께 가기도 한다. 화요일 함께 하는 동호회 만산동호회는 심 씨 등 1만 봉우리를 오른 3명을 기리기 위해 만든 동호회다. 그래서 ‘만산(萬山)동호회’다.

“1만 개가 넘는 봉우리를 가려면 천둥번개에 비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산으로 가야 한다. 누가 보면 미친 줄 알 것이다. 그렇다. 미친 것이다. 일종의 병이다. 산에 안가면 죽은 것 같다.”

악조건 속에서도 산행을 하면 위험하지는 않았을까. “단 한번도 큰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대답. 하지만 “산은 언제 위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친구는 휴대폰을 보면서 산행하다 낭떠러지에 떨어졌다. 뇌수술을 받는 등 후유증이 커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 나도 2004년 설악산을 오를 때 잠시 폭포를 구경하며 걷다가 나뭇가지에 왼쪽 눈 위를 부딪친 적이 있다. 별것 아니라 생각했는데 내가 걸음을 계속 한쪽으로 쏠리게 걷더란다. 그래도 괜찮거니 하고 다시 등산 가려다 쓰러진 적이 있다. 뇌에 출혈이 생겼던 것이다. 결국 수술했다. 산에선 정말 조심해야 한다.”

여름에 비 오고 덮다고 방한복 안 가지고 다니면 큰일 날 수 있단다. 체온이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고. 무더운 여름에도 체온을 유지시켜줄 옷은 꼭 챙겨야 한단다. 겨울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이름 없는 산, 오르지 말라고 하는 산을 다녔지만 늘 조심해 아직 큰 사고 하나 없었다.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3년 전 쯤. 제주도에 있는 오름 386개를 다 오르기로 하고 4명이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10일 씩 4회에 걸쳐 10여개를 빼고 다 올랐는데 한라산 밑 붉은 오름을 오를 때 관리인들이 “거긴 오르면 안 된다”는 것을 뿌리치고 간 적이 있었다. 결국 4명이 10만 원씩 벌금을 내고 끝났지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심 씨는 “제주도가 산행하기 좋다. 저가항공도 많고 새벽에 가면 1시간 이면 가고 바로 택시타고 산행하면 8시간은 산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지만 지역의 음식을 맛 볼 기회는 없었단다.

“우린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가서 정상까지 다녀오는 시간을 정해놓고 산행을 한다. 산행을 마치면 함께 도시락 먹고 다시 서울로 오니 지역 맛 집은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지역의 특산물은 사가지고 올 때가 많다.”

해외 원정도 많이 다녔다. 1994년 대만 옥산, 그해 일본 다대마산, 1995년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그해 일본 북알프스, 1996년 백두산…. 하지만 최근엔 우리나라 산만 간다.

“우리나라 산이 좋다. 먼 산보다 가까운 산이 좋은 법이다. 서울에서 쉽게 갈 수 있는 북한산과 관악산은 정말 좋은 명산이다. 물론 지리산, 설악산 등 유명한 산들은 웅장하지만 자주 갈 수 없다.”

아직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고 산행을 마친 뒤 소주를 최대 2병까지 마시는 데도 건강하단다.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은 없다. 늘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산에 올라서 그런 가 보다. 이젠 50대 60대 젊은 아이들을 따라가지는 못 하지만 아직 천천히 가면 충분히 완등할 수 있다.”

등산을 위해 다른 운동은 하지 않는다. 사실 다른 운동할 여가가 없다. 거의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산으로 향한다. 산행을 마치고는 산행 일지를 밤 12시, 새벽 1시까지 쓰고 자니 시간적 여유가 없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 6년 전까진 아내와도 함께 다녔는데 이젠 산행을 할 정도의 체력이 안 돼 혼자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도 한 때 함께 산을 다녀서 ‘산사람의 심정’을 알아서인지 새벽에 꼭 밥은 차려준다”며 웃었다.

산을 많이 오르다 보니 1년에 최대 등산화 5켤레를 사야 한단다. “3켤레를 사 번갈아 가면서 신는데 1년을 다 못 신는다. 5켤레는 있어야 버틴다”고 말했다. 심 씨는 “내가 1만 봉우리를 오르는 것을 보고 슈클리닉 사장님이 신발을 공짜로 고쳐줘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슈클리닉은 등산화 등 전문 신발을 고쳐주는 곳. 이곳 이민용 사장은 심 씨를 슈클리닉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후원하고 있다.

“얼마 전 건강 검진을 받으니 술과 담배 줄이라고 하더라. 아직은 괜찮은데 100살까지 산에 가려면 이제 좀 줄여야겠다.”

심 씨는 “9월의 첫 날엔 강원도 양양의 산을 타러 간다”며 활짝 웃었다. 산이란 말소리, 산을 탄다는 생각만 해도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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