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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진 한반도 142일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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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진 한반도 142일은 ‘여름’

이미지기자 입력 2017-06-26 03:00수정 2018-05-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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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도시 최근 100년 기온변화 보니 연중 여름일수 100년새 한달 늘어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발령된 지난주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달걀프라이’와 ‘광프리카(광주+아프리카) 바나나’ 사진이 더위만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대구 한 백화점이 열기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바닥에 설치한 대형 달걀프라이 조형물과 광주 한 주택가에 열대과일 바나나가 자라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제 진짜 아열대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오갔다.

실제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를 향해 한 발짝 성큼 다가선 것으로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도 겨울이 굳건히 버티고 있어 온대기후의 명맥을 유지했는데, 여름이 길어지는 만큼 겨울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동아일보가 기상청의 1910∼2016년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목포 강릉 6개 시의 기온을 분석한 결과 100년 새 여름이 한 달 안팎 늘어났다. 1910년대 80∼110일 정도였던 여름의 지속일수가 2010년대(2011∼2016년)에는 110∼140일로 훌쩍 뛴 것이다. 역대 최고의 폭염이 나타났던 지난해 전국 평균 여름 일수는 133일로 1년에 ‘사흘 중 하루는 여름’이었다.


반면 겨울은 20일 이상 사라졌다. 1910년대 부산 72일, 서울 132일 등에서 2010년대 각각 61일, 110일로 반달가량 줄었다. 특히 지난해 부산의 겨울은 12월 27일 시작해 49일 만에 끝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눈을 기다리는 크리스마스까지 가을이었던 셈이다.

기상청 기준의 여름은 일 평균기온이 20도 이상 오른 뒤 떨어지기까지의 기간이다. 이에 따르면 강릉의 여름은 1910년대 88일이었지만 2010년대 118일로, 대구는 108일에서 136일, 목포는 107일에서 123일, 부산은 101일에서 133일, 인천은 87일에서 119일, 서울은 94일에서 130일로 늘어났다.

 

▼ 바나나 자라는 ‘광프리카’… 부산은 ‘가을의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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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구 중구 현대박화점 앞에 설치된 달걀프라이 모양의 ‘대프리카(daefrica·대구+아프리카)’ 조형물. 대구 현대백화점 제공
살인적인 더위를 보였던 지난해는 어떨까. 강릉의 여름 일수는 121일, 인천 128일, 대구 137일, 목포와 부산은 140일이었다. 서울은 무려 142일이나 됐다. 이미 아열대기후에 들었다고 평가받는 제주도(143일)와 비슷한 수준이다.

○ 5월, 봄의 여왕에서 여름의 기수(旗手)로

6월 중순 광주 북구의 한 주택가에 바나나가 자라 열매 맺은 모습. 광주 석곡동주민센터 제공
여름이 길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예전보다 더위가 일찍 오기 때문이다. 봄의 절정을 이루며 ‘계절의 여왕’이라 불렸던 5월은 언제부터인가 ‘여름의 기수’로 전락했다. 5월 평균기온은 2014년 이후 3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 치웠고, 올해도 전국이 30도를 넘나들며 역대 가장 더운 5월 초순을 기록했다.

실제 6개 시의 여름 시작일(일 평균기온이 20도를 넘은 뒤 떨어지지 않는 첫날)은 100년 새 모두 5월로 앞당겨졌다. 1910년대 6월 4∼18일이었던 여름 시작일은 1970년대 대구(5월 25일)를 시작으로 차츰 5월로 전진해 2010년대에는 인천(6월 1일)을 제외한 5개 시가 5월에 여름을 맞이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6개 시가 모두 5월에 여름을 맞았다. 서울은 5월 16일로 5월의 절반이 여름이었다.

흔히 여름이 길어지면서 ‘끼인 계절’인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조사 결과 의외로 봄과 가을 기간은 크게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기준에 따르면 일 평균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이 봄,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이 가을의 시작인데 6개 시 모두 봄가을은 열흘 안팎으로 줄거나 외려 늘기도 하는 등 들쭉날쭉했다.

반면 겨울은 큰 폭으로 줄었다. 1910년대 70∼140일에 이르렀던 겨울은 2010년대 들어 40∼110일로 쪼그라들었다. 전국 평균 겨울 일수는 1973년 129일에서 지난해 78일로 40년 새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온난화로 겨울의 시작일(5도 미만으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이 후퇴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구와 목포는 지난해 겨울의 시작일이 각각 12월 24일과 12월 25일이었다. 부산은 크리스마스가 지난 12월 27일이었다.

전문가들은 기후온난화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한반도의 기온 상승은 더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상대적으로 중·고위도가 열대지역인 저위도에 비해 기후변화 폭이 크고 우리나라같이 인구밀도와 도심 밀집비율이 높은 경우에는 변화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반도 평균기온은 13.6도로 평년(12.5도)보다 1.1도 높았다. 기상 관측사상 유례없는 상승폭으로 꼽힌다.

○ 우려스러운 기온 상승과 생태계 변화

이에 따라 생태계에도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은 북방계 동식물이다. 겨울의 단축으로 인해 설 자리가 급격히 줄고 있다. ‘국민나무’ 소나무는 높은 기온에 더해 열대성 병해충인 재선충의 활동 영역까지 북상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재선충의 매개체 솔수염하늘소는 남방계 곤충이다.

2014년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연구에 따르면 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경우 2071년에는 동아시아 지역 온대림의 20% 이상이 열대림으로 바뀔 수 있다. 북부 온대림에 속하는 잣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 우리의 대표적인 식물들을 100년 이내에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 해역 표층 수온이 1968∼2015년 사이 1.11도나 오르면서 한류성인 명태는 이제 ‘사라진 어종’이 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최근 기후온난화로 홍도 괭이갈매기와 북방산개구리의 번식 및 산란 시기가 10여 일 빨라졌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기후변화는 갖가지 기상재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우리나라를 찾은 태풍 차바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사상 최악의 가뭄이 그 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지난해 평년 강수량의 50% 정도 올 것을 감안하고 가뭄대책을 짰는데 그보다도 덜 왔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 누적강수량은 189.1mm로 역대 최저치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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