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백신 후보물질 개발… ‘슈퍼 백신’ 머지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1일 0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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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을 98% 이상 예방할 수 있는 백신 후보물질을 미국 연구진이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와 공동 개발했다.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는 ‘슈퍼 백신’이 머지않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알레르기 및 감염병연구소(NIAID)는 3종의 HIV 항체를 결합한 ‘3종 혼합백신’의 효능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HIV에 감염되고도 에이즈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의 항체를 수집했다. 수집된 항체를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 HIV바이러스에 가장 잘 대응하는 항체의 조합을 찾아냈다. 에이즈 예방엔 항체의 독성을 없앤 광범위 중화항체(bnAb) 기반 백신이 사용된다. 현재까지 다양한 백신이 개발됐지만, 모든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작동하는 항체는 찾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미 에이즈 치료에 쓰이는 항체인 ‘VRC01’을 비롯해 PGDM1400, 10E9v4의 3가지 항체를 결합한 백신을 개발했다. 이 혼합백신은 208개의 HIV 계통 바이러스 중 4개를 제외한 204개의 바이러스와 결합한다. HIV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입했을 때 감염을 98%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후 미국 백신연구센터(VRC)에서 진행된 원숭이 실험을 통해 혼합 백신의 감염 예방 효능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24마리의 원숭이를 3그룹으로 나눠 VRC01, PGDM1400 단일항체 백신과 새로 개발한 3종 혼합백신을 각각 주사했다. 그 이후 원숭이를 ‘원숭이 에이즈 유발 바이러스(SHIV)’에 노출시켰다. SHIV는 원숭이 에이즈 바이러스(SIV)와 인간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조합해 만든 하이브리드 바이러스다.

그 결과 혼합백신은 단일항체 백신보다 월등히 높은 효과를 보였다. VRC01을 주사한 원숭이는 8마리 중 6마리(75%), PDGM1400을 주사한 원숭이는 8마리 중 5마리(62.5%)만 예방에 성공했다. 하지만 혼합백신을 주사한 8마리의 원숭이는 모두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다. 사람과 가장 유사한 동물인 원숭이 실험을 통해 완벽한 예방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앤소니 파우씨 NIH 국립알레르기 및 감염병연구소(NIAID)장은 “2018년 말 경에 사람 대상 임상 시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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