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푸드, 펫파크, 펫시터… 블루오션 ‘펫팸족’을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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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애견인 1000만 시대의 명암
‘쑥쑥’ 크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 시장

4월 ‘반려동물TF’를 만든 GS홈쇼핑은 13일 반려견 사료 판매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시간 동안 혼란을 피하기 위해 반려견을 출연시키지는 않았다. GS홈쇼핑 제공
4월 ‘반려동물TF’를 만든 GS홈쇼핑은 13일 반려견 사료 판매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시간 동안 혼란을 피하기 위해 반려견을 출연시키지는 않았다. GS홈쇼핑 제공

“농약과 인공향색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요. 국내산 한우와 홍삼 등 믿을 수 있는 원료만을 사용했습니다.”

13일 오후 GS홈쇼핑 방송에 등장한 쇼핑호스트의 말이 점점 빨라졌다. 젖산균, 상어연골 등 상품에 함유된 각종 영양 성분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신뢰할 수 있는 회사가 만들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식품 판매? 아니다. 반려견 사료였다.

GS홈쇼핑은 이날 반려동물용 사료 판매 방송을 시작했다. 소개 제품은 LG생활건강이 2월 출시한 ‘시리우스 윌’ 애견 사료다. 샴푸, 간식 등 추가 구성 상품까지 붙여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쇼핑호스트는 “사람이 먹어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며 주문을 독려했다. 30분 방송에서 1억 원어치의 주문이 들어왔다.

○ 펫팸족 잡기 위해 분주해진 기업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산업 시장은 지난해 기준 2조2900억 원이다. 2020년 5조81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산업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애완동물(Pet)과 경제(Economy)를 조합한 신조어인 ‘펫코노미’는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GS홈쇼핑은 2013년 TV 홈쇼핑에서 애견 사료의 테스트 판매를 진행했다. 반응은 싸늘했다. 내부적으로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최근 급속하게 기류가 변했다. 지난해 6월 판매한 ‘바두기 펫드라이룸’이 매출 3억 원을 기록하면서 대박을 터뜨린 것. 펫드라이룸은 작은 텐트처럼 생긴 드라이룸으로, 이 안에 반려동물이 목욕 후 들어가면 털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준다. GS홈쇼핑은 올해 4월 ‘반려동물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반려동물 용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TV 홈쇼핑 시장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TF의 백정희 상무는 “반려동물 용품은 수요가 일정하며 반복 구매가 일어나 지속적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 제조업체들도 분주하다. 하림그룹은 지난달 말 충남 공주시에 반려동물 식품 생산공장인 ‘해피댄스스튜디오’를 열었다. 본격적으로 반려동물 식품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앞서 4월에는 반려동물 식품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 하림펫푸드도 설립했다. 김흥국 하림그룹 회장은 “올해 매출액 200억 원,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반려동물 전용 우유인 ‘아이펫밀크’를, KGC인삼공사는 홍삼 성분을 넣은 반려견 사료 브랜드 ‘지니펫’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 풀무원, 사조산업 등 유명 식품 기업들도 반려동물용 사료를 만들고 있다.

쇼핑몰도 펫팸족 잡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4월 경기 시흥에 문을 연 신세계사이먼의 ‘시흥 프리미엄 아울렛’에는 약 330m²의 펫파크가 마련됐다. 펫파크는 반려견과 자유롭게 산책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아웃렛이 더 이상 가격으로만 경쟁력을 가져갈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 아웃렛에서 ‘힐링’이란 가치를 전달하고자 펫파크를 새롭게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펫코노미 성장 키워드는 맞춤 케어

반려동물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다. 평소 건강관리를 할 뿐만 아니라 말하지 않더라도 아프다는 것을 알고 제때 치료해야 한다.

이런 수요는 새로운 업종을 탄생시키고 있다. ‘동네 한 바퀴’는 주인이 출장을 가거나 명절 기간 펫시터가 직접 집에 찾아가 사료를 주고 산책, 배변 정리 등을 돕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다. 동네 한 바퀴를 개발한 메디즘의 정재석 대표는 “주인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산책 중인 반려동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가 끝나면 펫시터는 고객에게 보고서도 전달한다.

의료·바이오 업계도 동물용 보건의료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동물의 혈액으로 간, 신장 등 최대 13개 항목을 검사할 수 있는 기기 ‘PT10V’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초음파 진단기기 등 동물용 제품을 추가로 내놓아 토털 의료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2014년 설립된 플럼라인생명과학은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이노비오의 기술력을 도입해 동물용 D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강아지 암 치료제 ‘PLS-D5000’에 대해 미국 농림부(USDA)에서 임상 승인을 받았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국책 과제로 선정돼 향후 1년 9개월간 총 2억6000만 원의 연구비도 지원받는다.

병원들도 동물 환자를 맞이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서울대는 접수부터 진료 전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국내 첫 스마트동물병원을 올 하반기(7∼12월) 개원할 예정이다. 동물에 부착된 칩을 통해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병원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진료가 신청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어디서 무슨 검사를 받는지 보호자가 확인하고, 병원 원무·경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반려동물#펫팸족#산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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