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강한 ‘기가스틸’로 꿈의 소재에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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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 동전 크기로 10t 견뎌… 강도와 가공성 모두 높은 꿈의 강철
독자 설계 제작한 기가스틸 차체, 동급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안전성 우수

포스코가 전기자동차와 스마트카 시대를 맞아 자동차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가스틸(Giga Steel)’을 개발해 미래 소재로서 철강의 가치를 높이는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기가스틸은 단단하면서도 잘 구부러지는 꿈의 강철이다. 기존 철강재는 강도를 높이면 성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기가스틸은 강도가 높으면서도 사용자가 쉽게 성형할 수 있는 신소재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1mm²당 100kg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강판이다.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1기가파스칼(GPa) 이상이어서 기가스틸로 명명했다. 10원짜리 동전 크기로 10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가로 15cm, 세로 10cm의 손바닥 크기 기가스틸에 준중형차 1500대를 올려도 버틸 수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계 최고 강도 수준인 2GPa급 제품 생산에도 성공했다.

기가스틸을 자동차 소재로 쓰면 알루미늄 등 대체 소재보다 경제성, 경량화는 물론 강도가 높아 안전성 면에서 우수하다. 특히 가공성도 좋아 알루미늄 부품보다 더 복잡한 형상의 제품도 만들 수 있다. 철강 소재는 일반적으로 강도를 높이면 단단해져 여러 형태로 만드는 가공이 어렵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강도와 가공성(연신율)을 동시에 높인 역설적 기가스틸을 개발했다.

포스코는 자동차 경량화와 대체 소재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더 가볍고 더 튼튼한 철을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더 강하고 잘 구부러지는 철’을 만들어냈다. 세계 철강회사들도 기가스틸을 개발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이런 철강의 상용화에 성공한 철강회사는 포스코뿐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8월 태국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 준공식에서 “알루미늄이 새로운 자동차용 소재로 많이 언급되는데 철강은 알루미늄보다 가격경쟁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강도가 3배 이상 강한 기가스틸이라면 경량화 측면에서도 월등한 성능을 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기가스틸로 경량화와 안전성 구현

기가스틸로 만든 PBC EV 차체
기가스틸로 만든 PBC EV 차체
알루미늄은 비중이 철의 3분의 1 정도로 작아 자동차 무게를 줄일 수 있지만 강도가 철강 소재보다 낮다. 기가스틸을 적용하면 알루미늄보다 얇은 소재로 강도가 높은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생산된 중형차의 무게는 1500∼1600kg이었다. 280∼300kg이던 차체 중량은 2004년부터 고강도강을 쓰면서 240∼250kg으로 줄었다. 이후 알루미늄 등 대체 소재의 적용 확대로 약 220kg으로 감소했다.

포스코는 대체 소재를 적용한 차체보다 더 안전하고 가벼운 차체를 구현하려고 미래 소재인 기가스틸을 개발했다. 이를 독자 설계 및 제작한 ‘PBC-EV’ 차체에 적용해 경량 철강소재로써 기가스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2년 U-AHSS와 X-AHSS급 기가스틸과 초고강도강인 AHSS를 각각 45.4%, 65% 적용해 독자 개발한 차체의 무게는 218kg이었다. 같은 크기의 기존 차체와 비교해 중량이 26.4%(78kg) 줄었다. 이를 개량한 초경량(Extra Light) 차체 모델은 207kg으로 30% 감량에 성공했다.

기가스틸이 적용된 PBC-EV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구조적 강성도 갖췄다. 국제자동차안전표준이 요구하는 7가지 충격시험과 4가지 강성시험을 통과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자동차의 충돌 안전성을 평가하는 미국 신차 평가제도(NCAP)의 안전등급 별 5개와 동등한 수준이다.

기가스틸의 친환경성

철은 가공성과 용접성이 뛰어나고 경제적이며, 도금을 통해 녹 발생을 방지할 수 있어 자동차 생산에 최적의 소재로 꼽힌다. 또 재활용이 쉬운 친환경 재료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소재 1kg 생산 때 나오는 탄소 배출량은 철 2∼2.5kg, 알루미늄 11∼12.6kg으로 알루미늄이 5배가량 많다. 자동차에 쓰인 제품의 수명주기를 감안한 누적 온실가스 배출 역시 철이 10%가량 적어 친환경적이다.

기가스틸을 향한 연구개발 노력

자동차강판으로 쓰이는 냉연코일
자동차강판으로 쓰이는 냉연코일
포스코는 2000년 초부터 독자 자동차강판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당시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대, 최고의 자동차강판 생산 제철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아래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했다. 2003년 자동차강재연구센터를 준공했다.

포스코는 2010년 강도와 가공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기가스틸인 트윕(TWIP)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트윕강은 충격 흡수가 탁월해 자동차의 앞뒤 부분인 범퍼빔 등에 적용하면 충돌 시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가공성은 같은 강도의 소재보다 2∼9배 높다.

지난해에는 다른 기가스틸 PosM-XF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를 완료했다. PosM-XF강은 철강의 가공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 연신율이 동일 강도의 소재보다 2∼3배 높다. 또 변형이 이뤄지기까지의 힘인 항복강도가 높아 잘 찌그러지지 않으므로 탑승자를 보호하는 자동차의 구조용 부품에 쓰일 수 있다.

포스코 대표 기가스틸

① PosM-XF강

PosM-XF강은 차체 경량화를 목적으로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한 기가스틸이다.

② TWIP강

트윕강은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기가스틸이다. 강도와 가공성 모두 크게 향상돼 ‘꿈의 강재’로 불린다.

③ DP강

DP(Dual Phase)강은 항복강도가 좋아 실 사이드 멤버(sill side members), 시트 레일(seat rail), 보강재 등 주로 구조 부품에 쓰인다.

④ CP강

CP(Complex Phase)강은 고강도에도 가공성이 좋고 항복강도가 높아 각과 굴곡이 많은 부품이나 안전을 위한 차체 보강재 제조에 많이 사용된다.

⑤ HPF강

철강재 강도가 1.5GPa(1mm²당 150kg의 무게를 견딤) 보다 높으면 가공이 매우 어렵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열처리 시 가공성을 높인 제품이다. 측면 충돌, 전복 사고 같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해야 하는 센터 필러(center pillar·차의 기둥에 해당) 등에 쓰인다.

2014년 파리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르노의 리터카(연료 1L로 100km 주행하는 친환경 고연비 차량)인 이오랩에 처음 적용돼 호평을 받았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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