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 칩에 피부 겉-속 모두 재현… 藥-화장품 독성실험에 활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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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아바타’ 세계 첫 개발]‘신약 동물실험’ 10兆 시장 공략 기대

 건강과 미용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각 분야에서 엄청난 양의 약과 화장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약과 화장품은 대부분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된다. 피부 아바타는 세계 곳곳에서 동물실험이 금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을 만한 개발에 성공한 것이어서 산업적 가치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약 동물실험 시장은 국내만 500억 원, 세계적으로는 10조 원에 이른다. 그리고 국내 바이오칩 시장 규모는 더 크다. 2015년 기준 5220억 원, 세계적으로는 2015년 69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바이오칩은 손톱 크기 정도에 혈당 체크, 암 진단 등 사람의 생체기능을 측정하는 데 쓰이는 칩이다.

 이번 피부 아바타는 표피, 진피, 혈관 등 3개 각 층에 먼지보다 작은 2000만 개의 인공막(폴리에틸렌막)을 삽입하고 각종 염증 물질이나 수분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 층 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피부의 세포 작용과 동일한 원리로 만든 것이다.

 현재는 동물실험을 대신할 동물 대체 시험법이 마땅치 않다. 기존의 실험관 연구는 배양 용기에 2차원적으로 세포를 바닥에 부착해 배양하거나 각 피부 층에 해당하는 세포를 순차적으로 붙여 3차원적으로 배양해 동물 대체 시험법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는 표피, 진피, 혈관으로 구성된 인체 피부의 각 층 간 상호작용을 관찰하거나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2013년부터 화장품 제품을 위한 동물실험을 완전히 금지했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 4일부터 개정 화장품법에 따라 동물실험 화장품의 수입, 판매가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0만 원을 물리고 각종 행정처분에 처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된 동물 수만 2012년 183만4000마리에서 2015년 250만7000마리로 1.3배로 늘었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최태현 교수는 “국가별로 동물 대체 시험법이 경쟁 중인데 이번 피부 아바타가 인체 피부와 근접해 국제 표준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제 표준으로 선정되면 피부 약물의 자극성 실험은 반드시 우리의 시험법으로 해야 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피부 아바타의 원리는 이렇다. 가령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종양 괴사인자(TNF-α)를 아바타 칩에 주입하면 사람의 염증 피부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염증물질인 사이토카인(IL-1β, IL-6, IL-8)이 발생한다. 따라서 피부 아바타는 종양 괴사인자 외에 우리가 모르는 독성 물질이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손상된 피부에 붙이기 위한 인공 피부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완벽하게 표피 진피 혈관 등이 포함된 사람의 피부를 만드는 건 대단히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가 피부이식 등에 사체 피부를 이용한 인조 진피나 콜라겐 등을 이용한 합성 진피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전욱 교수는 “인체 조직을 활용해 각각 진피와 표피를 만들고 있지만 실제 환자의 피부에 잘 붙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아예 처음부터 표피와 진피를 한 세트로 만드는 인공 피부를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피부 아바타는 피부의 약물 및 화장품 개발 대체 실험과 약물의 독성 실험뿐만 아니라 인체에 흔한 알레르기 실험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어떤 물질이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면 피부 아바타에서 미리 어느 정도 알레르기를 발생시키는지 반응 물질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도 반겼다. 인공 피부를 활용한 대체 실험이 정착되면 비윤리적인 실험은 줄고 더 신뢰성 높은 방식으로 화장품, 의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상임대표는 “신체 고통뿐 아니라 사육장 안에서 큰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죽임을 당하는 실험동물의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임상#피부아바타#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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