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고혈압이 제1 원인… 적절한 운동으로 혈관건강 지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건강 100세, 문제는 혈관]<하>‘몸안의 시한폭탄’ 뇌출혈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이광훈 교수(오른쪽)와 흉부외과 이기종 교수(가운데)가 흉부 대동맥박리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 대해 공동 치료하는 하이브리드 치료를 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이광훈 교수(오른쪽)와 흉부외과 이기종 교수(가운데)가 흉부 대동맥박리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 대해 공동 치료하는 하이브리드 치료를 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혈관에만 흘러야 할 피가 새면 연결된 장기는 물론이고 몸 전체 기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주요 장기와 연결된 혈관이나 큰 혈관의 출혈은 심각한 후유증이나 급사를 부를 수 있어 전문병원으로 빨리 이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뇌혈관 출혈질환 전문가인 김용배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대동맥질환 전문가인 이기종 흉부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출혈성 혈관질환의 예방과 조기 진단을 위한 건강법을 알아본다.

○ 초기 증상 없어 더 위험

무엇보다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이 뇌출혈의 제1원인이다. 고혈압이 있으면 탄력성을 잃은 뇌혈관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진다. 뇌혈관 중 약한 부위가 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도 시한폭탄처럼 항상 뇌출혈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첫 통로로 가장 굵은 혈관인 대동맥도 고혈압이나 대동맥류가 있으면 찢어지거나(대동맥박리) 파열되기 쉽다. 문제는 뇌혈관과 대동맥 출혈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평소에 없던 증상이 갑작스레 나타나기도 한다.

뇌출혈은 △갑자기 한쪽 얼굴에 마비가 오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저리며 감각이 없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잘 나오지 않거나 △잘 듣지 못하거나 △한쪽 눈이 갑자기 안 보이거나 시야의 일부가 가려 보이는 증상이 올 수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여태껏 한 번도 겪지 못한 격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와 어지러움이 있다면 뇌출혈로 봐야 한다”며 “한쪽 눈꺼풀이 처지는 증상이 이어지는 것은 파열되기 직전의 뇌동맥류가 뇌신경을 압박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동맥박리는 흉부(가슴) 또는 복부(배)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흉부 대동맥박리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심한 가슴통증이 등과 팔다리로 퍼지고 호흡곤란이 함께 올 수 있다. 또한 목소리로 가는 신경을 눌러 이유 없이 쉰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복부 대동맥류는 자각증상이 거의 없지만 간혹 배에서 맥박이 뛰는 것이 느껴질 수 있다.

○ 신속한 응급실 이동만이 살길

뇌동맥류 파열로 뇌출혈이 생겼으나 신속한 응급수술로 잘 회복한 탤런트 안재욱 씨 사례도 있지만 21세의 프로 게이머와 40세의 국내 정상급 여성 사진작가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회복과 사망을 가른 것은 신속한 병원 이동이었다.

김 교수는 “병원을 찾는 뇌졸중 환자 4명 중 1명은 뇌출혈 환자”라며 “특히 뇌출혈은 재발률이 높고 뇌동맥류 재파열은 3명 중 2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상행 대동맥박리는 발병 뒤 1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사망률도 1%씩 증가하고 응급수술을 받지 못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2주 이내에 사망한다”며 “특히 복부 대동맥류 파열은 대량 출혈이 발생하면 환자의 80%까지 숨지는 초응급질환이다”라고 말했다.

병원에 도착한 혈관 파열 환자는 각종 영상진단을 통해 정확한 출혈위치와 범위를 확인한 뒤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출혈은 우선 출혈로 높아진 뇌압을 낮추기 위해 약물치료를 한다. 출혈이 심하면 머리에 구멍을 내 배액관을 넣어 고인 혈액(혈종)을 빼내거나 뇌수술로 제거한다. 뇌동맥류가 원인일 때는 재출혈을 막기 위해 특수 시술을 한다.

대동맥 파열 또한 손상된 혈관 부위를 막아주는 시술을 하거나 손상이 심하면 아예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한다.

○ 예고 없는 출혈, 혈관 관리가 최선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상황을 막으려면 기본적으로 혈관 건강을 지켜야 한다. 혈관건강을 악화시키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당뇨병 질환은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흡연과 고지방식 식단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조절 등 생활습관만 교정해도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특히 선천성 뇌혈관질환으로 뇌혈관 내 동맥과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뇌동정맥 기형’이나 불필요하게 가느다란 뇌혈관이 자라는 ‘모야모야병’은 10대 후반부터 청장년층까지의 돌연사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두통이 지속되거나 발성 장애 등이 생기며 경련 증상이 있거나 심한 운동 뒤 호흡곤란 및 어지럼증과 함께 마비증세가 왔다가 사라지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아직까지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생기면 손을 따거나 약을 먹이는 때가 종종 있지만 하지 말아야 할 조치”라며 “옷을 느슨하게 해 호흡을 돕고 구토를 하면 고개를 돌려 기도를 막지 않는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길을 아는 병원이라고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119 구급대에 바로 연락해 전문병원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건강검진 때 대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미리 자신의 대동맥 상태나 대동맥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