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윤리 의사 제재” 의협 최초 자정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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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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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자정선언문을 만들고 리베이트와 폭행 등 의료계 비리를 수술하는 데 나서기로 했다. 의협의 자정선언 채택은 1908년 의협 전신인 의사연구회 창립 이후 104년 만에 처음이다.

동아일보가 9일 입수한 ‘의협 자정선언문’은 △총칙(1항) △의사의 의무(2항) △법과 처벌(3∼5항)로 구성돼 있다.

자정선언문 1항은 의사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가 요구되는 것은 마땅하며 의사들이 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나아가 “그렇게 할 때만이 의사와 환자의 상호 신뢰와 존중이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제2항에서는 모든 의사가 스스로 고도의 윤리적 수준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3∼5항은 의사의 비윤리적 행위를 제재하는 방법과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의협이 스스로 비윤리적인 의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이런 의사의 적발과 법적 처벌에 적극 협조하며 이를 위해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의협은 비윤리적인 의사 유형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지위를 이용해 환자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환자와 합의하에 성적관계를 갖고 △금전적 이익이나 학문적 성취를 목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함으로써 환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다른 의사보다 크게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면서도 수술을 계속하고 △전공의를 폭행하는 의사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최근 열린 의협 상임이사회에서는 자정 노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자정선언문은 상임이사회의 토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의협 고위관계자는 “비윤리적인 의사와 범죄 의사를 계속 방치하면 의사들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우리가 자정해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선언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모두 아우른 첫 포괄적 선언문”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협회 차원의 징계를 더욱 강화하고,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비윤리적 의사에 대한 의사면허를 영구 정지하는 방안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의사들이 보건당국으로부터 ‘핍박’을 받는 마당에 굳이 스스로 무덤을 팔 필요가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자정선언이 오히려 의사를 옥죌 수 있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정선언에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시대가 바뀌었으니 의사도 바뀌어야 한다. 그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포괄수가제도 공중보건의 등 의료정책을 두고 의협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의협이 한 발짝 물러서서 자정을 선언한 이상 보건당국의 대응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한의사협회 ::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의사 8만5000명의 대부분이 회원으로 등록한 대표 의사단체다. 이 가운데 5만여 명은 회비를 낸다. 한일강제병합 직전인 1908년 창립된 의사연구회가 전신. 이후 조선의사협회, 건국의사회, 조선의학협회, 전국의사회, 대한의학협회로 바뀌다가 1995년에 대한의사협회라는 이름을 채택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비윤리 의사 제재#의협#자정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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