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남희석 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안면신경마비 때문에 8개월 동안 방송활동을 중단한 사연을 털어놨다. 남 씨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하회탈’인데 웃을 수도, 찡그릴 수도 없는 안면신경마비로 고통을 당했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김광현 투수도 한국시리즈 우승 뒤 감기 몸살과 과로가 겹치면서 안면신경마비가 생겨 치료를 받았다. 안면신경마비는 인구 10만 명당 평균 20명의 비율로 발생한다. 한의학에서는 ‘구안괘사’로 부른다. 대체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벨 씨 마비’에 해당한다. ‘벨’이라는 사람이 발견해서 붙었다. 이 밖에 드물지만 급만성 중이염, 내이염, 골염, 대상포진, 안면신경 종양, 당뇨병, 임신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 한쪽 입가에 양칫물이 주르르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은 양치질을 하다가 한쪽 입가로 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경험을 한다. 아무리 입술을 오므리려고 노력해도 입안의 물을 가둬 둘 수 없다. 눈과 입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안면신경마비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21∼30세가 가장 많고 성별의 차이는 없으나 임신부에게 다소 많다. 원인으론 알레르기설, 바이러스설, 염증설, 혈관 경련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설 등이 있다. 안면마비 중 하나인 ‘헌트 증후군’은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즉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을 침범한 뒤 감기 증상이 있다가 귀 뒷부분이 아파 오면서 귀 뒤와 귓속에 물집이 생기고 며칠 뒤에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한다.
○ 뇌중풍 감별은 이마의 주름살 유무
안면신경마비와 뇌중풍(뇌졸중)으로 인한 마비를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별하는 방법은 이마 부위 근육이 마비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안면신경마비는 이마의 주름을 잡을 수 없지만, 뇌중풍의 경우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있다. 뇌중풍은 눈 아래의 근육이 마비돼 입이 돌아가고 침도 흐르고 식사 시 불편하지만 눈 위의 근육은 정상이어서 눈꺼풀도 거의 정상적으로 감을 수 있으며 눈이 충혈되거나 시린 증상도 없다.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전체가 마비된다. 또 뇌중풍과 달리 얼굴 외에 팔다리의 감각이 마비되거나 어지러움 등 다른 증세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오건세 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흔히 뇌중풍에 의한 안면신경마비를 단순한 안면신경마비로 오인해 잘못된 치료를 받다가 운동마비나 언어 장애 등 심한 뇌중풍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반대로 일반적 안면신경마비를 뇌중풍으로 오해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안면경련 등 심각한 후유증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초조해하면 병세 악화될 수도
안면신경마비에 걸리면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여성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울을 보면서 초조하게 마음을 졸이는데 이는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킨다.
초기에는 눈꺼풀이 잘 감기지 않고 눈물이 잘 분비되지 않는다. 눈동자에 먼지 등이 묻어 충혈되고 아프기 때문에 안대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필요하면 인공눈물을 넣어준다. 눈물이 잘 나온다면 깨끗한 손으로 가볍게 눈꺼풀을 몇 번씩 덮어 수동적으로 눈을 닦아준다. 잘 때 안대를 하는 것이 좋고 운전 등 장시간 눈을 이용한 작업을 피한다. 귀 뒤에서 얼굴 쪽으로 자주 톡톡 때려주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안면신경마비의 증상은 발생 뒤 1, 2주간 지속된다. 안면신경의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하면 마비 정도를 알 수 있다. 마비 정도가 약하면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2주 이내에 완쾌된다. 마비의 정도가 심할수록 회복하는 기간이 길어져서 심하면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약 80%의 환자가 특별한 치료 없이도 1, 2개월이 지나면 거의 완쾌된다.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 제제)를 쓰면 빨리 낫는다.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될 때는 항바이러스 제제도 사용한다.
백용현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침구과 교수는 “한방에서는 환자의 체질 및 발병 시기에 따라 초기(2주 이내)엔 침, 전기침, 봉독약침, 한약을, 발병 중기(3주∼2개월)엔 뜸, 부항 요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