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을 지구처럼 만드는 ‘테라포밍’ 가능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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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테라포밍에 성공하면 제한된 범위에서 인간의 거주가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러스트 박장규·과학동아 제공
화성 테라포밍에 성공하면 제한된 범위에서 인간의 거주가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러스트 박장규·과학동아 제공
화성의 현재(위)를 테라포밍해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아래)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는 상상도.
화성의 현재(위)를 테라포밍해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아래)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는 상상도.
“우리는 크립톤 행성이 언젠가는 파괴될 운명이란 것을 알고 유사한 행성을 끊임없이 찾아왔다. 지구도 후보 행성 중 하나였지. ‘월드엔진’을 가동해 지구를 크립톤 행성처럼 바꾸겠다.”

슈퍼맨의 탄생을 다룬 최근 개봉 영화 ‘맨오브스틸’에서 크립톤에서 반역을 도모한 장군의 한마디다. 곧이어 거대한 우주선 2대가 뉴욕 도심과 정확히 그 반대편 지구에 각각 착륙해 거대한 중력장을 발생시켰다. 이를 본 미국 국방부 지휘관은 한마디를 내뱉는다. “테라포밍이야!”

‘테라포밍’은 영화에서만 나오는 가상의 기술이 아니다. 외계 행성을 지구인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것을 과학자들은 테라포밍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달을 비롯해 금성, 수성, 화성 등을 지구와 유사한 환경으로 바꾸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

태양계 행성 중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이라고 알려진 화성도 테라포밍할 수 있을까.

○ 박테리아부터 정착시켜라

테라포밍의 1단계로 많은 연구자는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을 먼저 정착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행성을 미생물로 뒤덮으면 유기물질이 쌓이고 산소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생물은 극저온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 미라의 조직이나 수십만 년 된 빙하에 보존됐던 박테리아가 다시 번식한다는 연구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이론상으로 미생물이 먼저 정착해 복잡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산소 생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영국 오픈대 찰스 코크웰 교수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우주 공간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드는 미생물로 지구 생성 초기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미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는 2001년 화성에서 살기에 가장 적합한 박테리아로 ‘크루코시다이옵시스(chroococcidiopsis)’라는 종을 지목한 바 있다.

○ ‘온실가스’, 화성 테라포밍 필수 요소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이라고는 하지만 화성의 평균기온은 영하 60도, 최저 기온은 영하 125도까지 내려간다. 이 때문에 화성 테라포밍을 위해서는 대기 온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선 골칫거리인 온실가스를 화성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면 온실 효과로 태양 복사에너지를 화성 표면에 가둬 기온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만드는 데는 화성 극관에 묻힌 대량의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실행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극관의 드라이아이스에 큰 충격을 가하면 열을 발생시켜 드라이아이스를 이산화탄소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공급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내 화성 지표 기온을 서서히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 문제는 우주 방사능

미래의 이야기지만 화성 테라포밍에 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방사능이다.

지구에도 태양이나 다른 별에서 나오는 방사능 입자가 들어오지만 지구 자기장이 막아 주고 있다. 그러나 자기장이 없는 화성에는 우주방사선이 그대로 쏟아진다. 자기장이 없는 화성은 태양풍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어렵게 만든 산소와 온실가스로 이뤄진 대기가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또 우주 방사능이 화성 지표면으로 그대로 유입되기 때문에, 생물체에 어떤 돌연변이를 만들거나 유전적 변화를 일으킬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이 밖에도 각종 우주 소립자에 대한 영향, 중력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비로소 화성은 사람이 살 수 있게 ‘테라포밍’이 끝난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외계행성#테라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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