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면역 떨어진 중환자실 환자, 혈류감염 年 1000여 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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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담당 인력 턱없이 부족, 병원 내 감염 높이는 원인 작용
소독제 성분 ‘클로르헥시딘’ 함유된 드레싱 등으로 감염 최소화해야

소독제 성분인 클로르헥시딘이 함유된 드레싱 사용은 병원 내 감염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소독제 성분인 클로르헥시딘이 함유된 드레싱 사용은 병원 내 감염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박모 씨(45)는 올해 초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골수이식을 받기 위해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을 위해 격리실로 옮겨 항암제 투입을 위한 중심정맥관 카테터를 삽입했다. 사흘 정도 지났을 때쯤 체온이 38도이상 오르더니 오한이 나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피검사 결과, 항생제 내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이 검출됐다.

감염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환자실

중환자실은 면역기능이 크게 떨어져 각종 병원균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중환자가 모여 있는 만큼 병원 내 어떤 곳보다 감염 관리가 중요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마다 감염관리 강화를 위해 병실 방문객 제한, 중환자실 입구 스크린도어 설치 등 중환자실 감염관리에 대한 의식이나 시스템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감염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전국병원감시체계(KONIS)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1년간 중환자실(전국 300병상 이상)에서 총 2524건의 병원감염이 발생했다. 감염 종류별로는 △혈류감염 1090건 △폐렴 735건 △요로감염 699건이다. 요로카테터 사용 시 세균 감염으로 인한 요로감염은 2010∼2012년에 감염수가 가장 높았으나, 2013년 이후에는 혈류감염이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혈류감염 감염률은 기구사용일수 1000일당 3.01건으로 미국 2.1건, 독일 1.3건, 일본 1.6건보다 높다. 또한 혈류감염으로 인한 환자의 사망률은 12∼15%로 추정돼 환자 생명에도 위협적이다.

중환자실의 ‘병원 내 감염’이 흔한 이유는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들 대부분 기저질환이 위중하고 면역 기능이 저하돼 감염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치료 과정에서도 침습적인 장치를 많이 쓰고 항생제 사용도 빈번해 내성균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박 씨의 사례에서 본 MRSA는 의료관련 감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으로 일반인보다 입원 환자, 의료종사자의 비강 내에서 검출되는 경우가 많고, 외상·수술·화상·면역저하 등으로 신체 방어기전에 손상이 있을 때 주로 감염을 일으킨다.

병원 내 감염 높이는 우리나라 중환자실 환경

혈류감염은 중심정맥 카테터 사용 시 균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 중심정맥 카테터는 응급환자에게 다량의 약물을 주입하거나 응급투석, 수혈 등으로 여러 개의 정맥로를 확보해야 할 때 주로 쇄골 밑 큰 정맥에 꽂아두는 관인데, 주로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암센터에서 사용한다. 전국병원감시체계의 조사에서도 침습적 의료장비인 중심정맥 카테터 관련 혈류감염(CLABSI)은 932건으로, 혈류감염의 다양한 원인 중에서도 85%를 차지했다. 장철호 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혈류감염은 균에 대한 저항능력이 떨어진 환자에게서 발생 가능성이 크며, 만성질환자, 골수이식자, 면역결핍환자, 영양상태가 안 좋은 환자, 총정맥영양액 투여환자, 고령자, 혈류감염 이력이 있는 환자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혈류감염은 카테터를 몸에 삽입할 때 감염에 노출되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카테터 삽입 이후에도 소독, 드레싱 교체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도 감염의 위험성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혈류감염의 발생은 카테터의 위치, 유형, 유지기간, 교체 빈도 등의 카테터 요소와도 연관된다. 카테터를 초기 삽입할 때도 감염 위험이 있지만 카테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고, 의료진이 조작하고 만지는지도 실제 후기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다수 병원에서 ‘감염관련 수칙(bundle)’을 시행 중이지만, 후기 감염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감염관리 인력·장비·물품·진료환경의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인력으로 철저한 감염관리에 역부족

혈류감염을 포함한 병원 내 감염관리는 매우 광범위하게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즉, 손 씻기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환경 개선을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대형·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등 혈류감염과 관련한 해외의 여러 지침들을 바탕삼아 각 병원 상황을 반영한 수칙에 따라 감염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계는 존재한다. 선진국에서 제시하는 권고사항을 국내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의사, 간호사 등의 인력난으로 직결된다. 지난해 ‘중환자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순행 병원중환자간호사회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중환자실 간호사 1명이 2명 이하의 환자수를 담당하고, 영국은 인공호흡기 적용 환자의 경우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담당하는데, 우리나라 중환자실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수는 5.96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병원 입장에서는 감염관리를 위한 기본을 다하고 싶어도 부족한 인력과 중환자실 환경 탓에 중재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시간과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혈류감염 예방 위한 효과적 방법

병원 내 감염을 낮추기 위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의료도구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비침습적인 도구를 사용하거나, 항균 효과가 있는 클로르헥시딘(CHG) 소독 성분이 포함된 드레싱 등으로 감염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소독제 성분인 클로르헥시딘은 감염 예방을 위해 반드시 사용하도록 국내외 여러 지침에서도 권고되고 있는데, 카테터 삽입 전 해당 부위를 소독하는 처치 외에도 예방적 차원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카테터가 빠지거나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드레싱을 클로르헥시딘 성분이 함유된 제품으로 사용하거나, 중환자를 해당 소독제로 목욕시켜 좀 더 공격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그 예다. 소독 성분으로 세균을 잡으며 감염 징후와 부위를 빨리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드레싱의 경우, 혈류 감염을 75%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임상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국내는 일부 상급병원에서 이제 막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외에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는 클로르헥시딘 소독제로 환자의 전신을 목욕시키는 배싱(bathing)만 전담하는 인력이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도 일부 중환자실에 드레싱 전담 인력 도입을 준비 중이다.

박진혜 기자 jhpark10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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