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경증치매 돌보는 주간보호센터 아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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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치매환자 61만명… 등급외 판정 노인 돌보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치매특별등급제가 신설되기 전인 2011년부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경증치매환자들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주간보호센터 동두천시노인복지관에서 경증 치매노인들이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치매특별등급제가 신설되기 전인 2011년부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경증치매환자들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주간보호센터 동두천시노인복지관에서 경증 치매노인들이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회사원 이미정(가명·52) 씨는 몇 년 전부터 시어머니에게 이상 신호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퇴근 뒤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불 꺼진 방 안에 멍하니 앉아 있곤 했다. 낮에는 자식들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 전화를 했다. 안 받으면 사고가 난 건 아닌지 걱정에 휩싸였다. 음식을 데운다고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가 깜빡하고 태우는 횟수도 늘었다. 수전증이 있는 것처럼 손도 자주 떨었다. 진단 결과 이 씨의 시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였다.

치매환자 2050년엔 271만 명

고령화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씨의 시어머니 같은 치매 환자는 어느덧 61만 명에 이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치매 노인 환자가 2020년엔 84만 명, 2050년엔 271만 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43조 원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치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이 나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종양, 뇌혈관질환 등의 각종 원인으로 인해 뇌기능이 손상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및 사고력 등 인지 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이전과는 다른 이상 행동도 빈번해진다. 자주 우울하고 초조해하며, 환각 증세나 망상에 사로잡혀 주변 사람들을 오해하는 일이 발생한다.

현재 국가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치매, 뇌혈관성 질환,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자들에게 신체 및 가사활동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치매특별제도를 신설해 기존엔 1∼3등급까지만 있었던 서비스 대상자를 5등급까지 늘려 경증 치매 환자들까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등급이 높을수록 질환 정도가 심한 경우에 속한다. 등급에 속하는 노인들은 요양보호사가 직접 방문해 목욕, 식사, 기본 간호 등을 도와주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인지재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주·야간 보호기관을 이용할 수도 있다.

주간보호센터를 방문한 한 노인이 서예 수업을 받으며 웃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주간보호센터를 방문한 한 노인이 서예 수업을 받으며 웃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사각지대에 놓인 경증 치매 환자

문제는 등급 외 노인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점. 특히 치매특별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5000여 명에 이르는 경증 치매 노인들은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5등급까지 신설됐어도 사각지대가 생기는 건 마찬가지다. 구재관 연성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실제 육체적인 면에서 생활에 큰 불편이 있는 경우는 등급 판정을 받기가 수월하지만 인지적인 장애는 그렇지 않다”며 “경증 치매 환자의 경우 치매 등급 판정 검사를 받을 땐 낯선 곳에서 긴장을 하게 돼 잠시 정상인과 같은 사고를 하거나 행동할 수 있어 정상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등급 외 치매노인들을 위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11년부터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생명보험공헌재단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19개 생명보험사가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주간보호센터는 재단이 저소득 치매노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주간보호센터는 현재 서울과 경기, 강원, 경북, 제주 등지에 총 13개가 운영되고 있다. 센터에서는 미술, 음악, 웃음치료 등 심리기능 강화 프로그램, 레크리에이션, 종이접기 등 기능회복 프로그램, 수지침, 족욕, 건강체크 등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센터를 이용한 등급 외 치매 노인들은 지난달까지 2460명.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홀몸노인, 노부부 등 생활이 어려운 경증 치매 노인들에게도 무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 치매 노인들의 문제행동이 줄어드는 등 증상이 호전되는 사례가 많으며, 부양가족들 또한 돌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좋다는 평이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둔 이 씨는 “등급 외로 판정받아 지원을 전혀 못 받다 보니 7개월간 요양병원에 다니셨는데 그땐 비용부담도 컸고 어머니도 병원 생활이 단조로워 자꾸 나오고 싶어 했다”며 “이후 주간보호센터를 1년간 다니면서 건망증, 불안증 등도 많이 없어지고 자신감도 넘치는 등 증세가 매일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는 치매 환자 당사자는 물론이고 부양가족에게도 부담이 큰 질병이다. 주간보호센터에서는 부양가족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가족 간담회, 치매 관련 교육 지원 서비스 등도 운영 중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유석쟁 전무는 “앞으로도 정부가 미처 관리하지 못하는 등급외 치매 노인들을 위해 주간보호센터 운영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치매 노인과 그 가족,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노인의료비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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