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의 나무 인문학]가로수의 제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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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버즘나무

‘플라타너스’로도 불린 버즘나무.
‘플라타너스’로도 불린 버즘나무.
버즘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인 버즘나무는 얼굴의 버짐을 닮은 나무의 줄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성경 창세기 30장에 야곱이 양 떼로 부자가 된 얘기에도 버즘나무 줄기의 무늬가 등장한다. 버즘나무는 한글 이름을 사용하기 전까지 ‘플라타너스’로 불렸다. 플라타너스는 이 나무의 학명(Platanus orientalis L.) 중 속명이며, ‘잎이 넓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국에서는 ‘법국오동(法國梧桐)’이라고 불리는데, 잎을 강조한 이름이다. 법국(法國)은 프랑스를 한자 음역한 것이다. 버즘나무를 오동나무에 비유한 것은 이 나무의 잎이 오동나무처럼 아주 크고 넓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버즘나무를 방울나무라고 부른다. 방울나무는 버즘나무의 열매를 강조한 이름이다. 국내 버즘나무는 대부분 ‘미국오동’으로 불리는 양버즘나무다. 버즘나무는 열매가 긴 자루에 2∼6개씩 달리는 반면 양버즘나무는 하나씩 달린다.

버즘나무는 가로수 혹은 초등학교 교정을 대표하는 나무다. 가로수 중에서 버즘나무가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나무가 먼지와 매연에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양을 정화시키는 나무’, 즉 ‘정토수(淨土樹)’라 부른다.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5세기경 버즘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국내 가로수 역사는 그리스와 비교할 때 짧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가로수 중에서는 버즘나무가 긴 역사를 가진 나무 중 하나로 꼽힌다. 버즘나무는 개잎갈나무와 더불어 학교 정원수 역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버즘나무는 최근 시련을 겪고 있다. 버즘나무의 꽃가루가 시민들의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해 지자체들이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전통과 역사를 무시한 채 꽃가루 때문에 나무를 베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일종의 만행이다. 아울러 현재 살아 있는 버즘나무도 대부분 가지가 잘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흉측하다. 버즘나무에 대한 이 같은 대우는 나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충북 청주시의 버즘나무 가로수와 경북 영천시 임고초등학교의 버즘나무 숲에서 보듯이, 특성을 잘 살피면 단점은 보이지 않고 장점만 볼 수 있다. 나무와 함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버즘나무#가로수#나무#정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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