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비만은 병… 전문가 3인의 식욕토크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코멘트
《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누구를 찾아야 할까. “나를 찾지 않으면 섭섭하다”는 전문가 3명을 동아일보에서 만났다.

비에스클리닉 비만센터 박용우 원장, 백상식이장애클리닉 강희찬 원장, 기린한방병원 김길수 원장 그들이다.

박 원장은 가정의학과, 강 원장은 정신과, 김 원장은 한방이 각각 전문분야다. 분야가 다른 만큼 식욕과 비만에 대한 분석과 접근법도 각각 다르다.

이들은 2시간 반 동안 토론을 하며 대립의 각을 세우기도 하고 서로 배우기도 하면서 각자 비법을 털어 놓았다. 그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너무 먹는 ‘환경’이 문제

▽김길수 원장(이하 김)=현대인은 비만해지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다. 살찌는 줄도 모르고 먹는 동물보다 살찌는 줄 알면서 과하게 먹어대는 인간이 더 비참할지도 모른다.

▽박용우 원장(이하 박)=과거 인류는 살기 위해 먹었지만 현대 인류는 먹기 위해 산다고 할 정도로 음식을 즐긴다. 먹지 못할 때를 대비해 지방을 축적해 두는 데 익숙한 몸이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음식이 풍족한 시대를 만나 적응을 못하고 있다. 호르몬이 식욕을 조절해 주는데도 어떤 사람은 살이 찌고, 어떤 사람은 살이 안 찌는 건 신호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강희찬 원장(이하 강)=식욕부진, 과식, 폭식이 모두 문제지만 내가 보는 환자는 폭식 환자가 가장 많다. 폭식은 스트레스와 다이어트의 부작용 때문에 생긴다. 한참 굶거나 식사 제한을 하다 어느 순간 이를 참지 못하고 폭식하게 된다.

▽김=반드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살이 왜 찌는 줄 아는가. 너무 먹어서,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데 게을러서 그렇다. 남산을 10바퀴 돌겠다는 다짐을 하고 햄버거를 먹는 사람 중 남산을 안 도는 사람이 많다.

▽박=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위장에서 ‘그렐린’이 많이 나오면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게 되고 지방세포에서 ‘렙틴’이 많이 나오면 포만감이 생긴다. 식욕과 관련 있는 물질은 수십 가지다. 신체의 자기 조절 작용이 무슨 이유에선가 잘못된 사람들은 살이 찌게 된다. 비만은 병이다.

▽김=내 환자들 중에는 다이어트를 통해 살을 빼서 그 체중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약을 통해 식욕을 억제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강=그게 잘 유지되면 좋다. 하지만 5년, 10년을 놓고 보면 결국 체중이 다시 늘어난다. 거식증 환자는 대부분 다이어트에 집착해 병을 얻는다.

▽박=실제 적게 먹으면 위장의 크기가 줄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은 항상 적정한 몸무게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다. 유전적으로 주어진 몸무게의 범위에서 체중이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강=67kg이던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거식증 때문에 38kg이 돼 병원을 찾았다. 이 아이를 입원시켜 하루에 2600Cal를 먹였는데 46kg이 넘지 않더라. 원래 이 아이의 몸무게 최대치는 46kg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 때문에 혼자 집에서 지내던 아이는 심심해서 라면을 하루 2, 3개씩 끓여먹는 습관이 생겨 이상 체중이 됐던 것이다. 잘못된 환경을 바로 잡아주면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정상 체중을 유지하게 돼 있다.

▽박=항상성은 환경에 적응해 변하기도 한다. 몸을 살살 달래서 몸무게 범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원래 60kg이던 사람이 80kg으로 쪘다면 몸은 이미 80kg을 정상 범위로 인식하게 된다. 몸의 인식은 그대로인데 칼로리만 줄이면 의지로는 누를 수 없는 본능적인 식욕이 나온다.

▽김=그래도 과체중 때문에 숨이 차는 등 건강에 이상을 느끼는 사람이나 쇼 호스트 등 외모가 중요한 직장인에게는 다이어트가 중요하다.

○운동과 다이어트 함부로 하지 말라

▽박=식욕은 늘어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적당히 운동하면 식욕이 떨어질 수 있다.

▽김=환자에게 약, 식이조절과 함께 운동을 권한다. 운동의 역할은 20% 선에 그친다. 하지만 식이조절로 살을 뺀 뒤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구부정해진다. 섹시하고 멋진 매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운동해야 한다.

▽박=적당한 운동이란 1시간가량 교감신경을 자극해 몸을 적당히 긴장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처음에는 입맛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운동시간이 길어지거나 강도가 높으면 식욕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강=환자들에게 처음부터 운동을 권하지는 않는다. 거식증이나 폭식증이 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운동하게 되면 하루 운동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먹는 양을 조절해 맞추려고 한다. 정상적인 식사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정상체중이 될 때까지는 운동을 권하지 않는다.

▽박=그건 맞다. 운동을 잘못 활용하면 위험 소지가 있다. 지나치게 뚱뚱한 사람에게 처음부터 운동을 시키면 관절통이나 근육통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땐 일단 체중을 줄인 뒤 운동을 시킨다.

▽김=한의학적으로 운동이 필요한 사람은 소양인이다. 하지만 운동하는 동안은 식욕이 줄더라도 가만히 있을 때 먹을 것만 생각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먹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강=남성과 여성이 거식증에 빠지는 과정은 좀 다르다. 여성은 처음부터 날씬하고자 하는 욕구에 먹는 걸 줄이지만 남성은 일단 운동부터 해보고 원하는 수준까지 체중이 빠지지 않으면 먹는 걸 줄인다. 일단 거식증에 빠지면 치료하는데 5, 6년이 걸린다. 운동과 다이어트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필요하다.

○나만의 노하우 공개

▽김=다이어트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줘야 한다. 여성이 아이 낳고 뚱뚱해지는 이유는 남편에게 더는 여자로 보이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서다. 여성은 평생 섹시해야 한다고 세뇌할 필요가 있다. 좋은 옷도 사고 사치도 적당히 부려야 한다. 멋진 자기 모습을 보고 다이어트를 할 동기를 부여받는게 좋다.

식사량을 역삼각형 구조로 바꾸라. 율무를 볶아서 차로 달여 마시면 식욕이 억제된다. 내가 쓰는 한약에는 율무와 함께 몸을 보하는 황기 등도 넣는다. 다이어트 일지를 쓰고 남에게 다이어트 사실을 공개하라. 창피해서라도 다이어트 약속을 지키게 된다.

▽강=음식을 편가르기를 하면 안 된다. 좋은 음식이나 나쁜 음식은 따로 없다. 일주일에 한 번 햄버거를 먹는다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다이어트에 집착하면 안 된다.

과식이나 폭식 충동이 생기면 양치질을 하거나 흰 레몬을 먹어 보라. 잠시지만 식욕을 떨어뜨린다. 고구마처럼 복합탄수화물은 천연 식욕억제제다.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면 10분 동안 타이머를 켜놓고 다른 급한 일을 해보라. 그 이후에도 정말 배고프면 먹어도 좋다. 이때 냉장고에 얼려둔 오렌지주스를 꺼내 먹으면 좋다. 음식은 작은 접시에 담고 식사 30분 전 큰 컵에 물을 따라 마셔보라.

▽박=식욕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그냥 굶으면 몸은 음식이 조금만 들어와도 살이 찌기 쉬운 상태로 변하기 때문에 몸을 달래가며 에너지 섭취량을 낮춰야 한다. 이럴 때는 ‘페이크(fake·가짜) 포만감’을 줘야 한다. 햄버거 세트 대신에 채소와 해조류가 풍부한 식사로 식단을 바꾸면 똑같이 포만감을 얻을 수 있다. 매 끼니 단백질 섭취를 늘리면 평소보다 덜 먹어도 포만감을 오래 느낄 수 있다.

식사 중간에 간식을 일정 간격으로 먹으면 과식이나 폭식을 막을 수 있다. 또 스트레스나 습관, 단 음식에 대한 중독 때문에 음식에 손을 대면 안 된다. 이건 가짜 배고픔이다. 또 종합비타민과 오메가-3 지방산 등 영양제를 복용하는 게 좋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신상진(24·고려대 언론학부 3학년) 씨와 진선주(24·서강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