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 천재가 많고 유전병 많은 까닭은?

  • 입력 2005년 3월 24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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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육체적으로 여성보다 강하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전자 차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혈우병 같은 특정 질병은 거의 남성에게 나타나고 남성만 갖고 있는 Y염색체는 다른 염색체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반면 남성은 천재가 많다.

사람은 유전자를 담고 있는 덩어리인 염색체를 46개 갖고 있다. 22쌍의 보통 염색체는 남여에게 공통이지만 나머지 2개의 염색체는 남여에 따라 다르다.

남성은 부모로부터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각각 물려받지만 여성은 X염색체를 하나씩 받아 2개의 X염색체를 갖는다. X와 Y는 남여를 결정하는 성염색체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17일자에 성염색체인 X염색체를 해독한 결과가 발표됐다. 유전자로 본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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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와 Y의 조상은 동일

X염색체는 Y염색체보다 훨씬 크고 유전자 수도 더 많다. 영국 생거연구소 마크 로스 박사팀의 해독 결과 X염색체에 포함된 유전자는 1098개로 밝혀졌다. 반면 Y염색체에는 78개의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성염색체의 조상은 같다는 게 생명과학계의 중론이다. 1999년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린 미국 화이트헤드연구소 데이비드 페이지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X와 Y는 3억년 전 같은 염색체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후 X염색체는 큰 변화를 겪지 않았지만 Y염색체는 네 번에 걸쳐 쪼그라들며 많은 유전자를 잃어버렸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건수 교수는 “그럼에도 Y염색체는 정소(고환)와 정자를 만드는 생식능력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구조를 갖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자 형성 과정에 관여되는 특정 유전자(DAZ)는 수십개씩 존재해 일부가 망가져도 문제가 없다.

○ 여성호르몬이 암 발생률 낮춰

X염색체에 의해 만들어지는 여성호르몬은 폐암, 간암, 대장암 등에 걸릴 확률을 낮춘다. 반면 X염색체에 문제가 있을 때 생기는 유전병인 색맹, 혈우병, 자폐증, 근육 퇴화 질환 등은 대부분 남성에게 나타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홍석 박사는 “여성은 X염색체 하나가 망가져도 다른 하나가 여벌로 있지만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男女 평균 IQ는 비슷

남성과 여성의 평균 IQ는 비슷하지만 남성은 극단적인 지능, 즉 정신지체나 천재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남성에게 X염색체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2002년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실린 독일 울름대 호르스트 하마이스터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적 결함 가운데 무려 10%가 X염색체 이상이다.

또 X염색체에는 뛰어난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은 이 유전자의 기능이 다른 X염색체에 있는 평균 지능 관련 유전자에 의해 제지당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은 그럴 염려가 없어 일단 뛰어난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를 갖게 되면 이 유전자는 남성을 통해 자손에게 전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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