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수면]술 마신 날 새벽에 잠이 자꾸 깨는데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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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가 되면 술자리가 많아진다. 최근 한 친구가 “왜 술을 마시고 자면 새벽에 자주 깨느냐”고 물었다. 과음하면 졸리고 심하면 술자리에서 잠들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귀가해 자리에 누우면 오히려 잠이 더 안 온다는 사람들이 있다. 일단 잠이 들기는 하지만 오전 3, 4시경 깨서 다시 잠들기 힘들다는 사람도 있다. “술을 마셔서 속도 안 좋고 힘든데 잠까지 못 자니 더 힘들다”는 고민을 얘기한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포도주를 한 잔가량 마시고 잠을 청한다. 내성이 생기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수면 유도 효과가 있다. 술을 마시면 체내 알코올 농도가 상승하면서 중추신경계가 억제된다. 술은 우리 뇌에 수면제와 거의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 졸리고 잠들기 쉬워진다.

그런데 술을 계속해서 마시지 않으면 체내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알코올 농도가 점점 떨어진다. 이때 우리 뇌는 마치 수면제의 금단증상처럼 정신이 맑아지면서 잠이 오지 않는 불면 상태를 보인다.

초저녁에 술을 적당량 마시고 귀가해서 잠을 청할 무렵에 정신이 맑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일찍 깨는 것도 같은 이치다. 과음을 하면 잠들 무렵에는 알코올 농도가 높아 잠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잠이 들고 시간이 경과하면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각성작용이 나타난다. 그래서 잠을 깬다.

또 다른 이유는 알코올이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는 독성이 있다. 이로 인해 구강, 인후 점막이 붓고 점액이 분비되며 기도가 좁아지고 막히기 쉽다.

또 알코올은 신체 근육의 이완을 가져온다. 그러면 기도를 유지하는 근육의 힘이 빠지면서 기도가 더 막히기 쉽다. 술 마신 날 코골이가 심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면의학의 측면에서 볼 때 알코올은 가장 오래된 수면제이자 가장 부작용이 많은 수면제다. 그래서 의존증상과 금단증상이 잘 생기고 불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도 심해진다.

초저녁에 마신 술이 깨면서 불면증이 나타나면 더운물 목욕이나 스트레칭 등으로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새벽에 자주 깨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 술을 마시면 심해지는 수면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술 마신 후 코가 막히는 증상이 있으면 생리식염수로 비강을 세척한 후 잠을 자면 코골이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주량을 정해야 한다.

신홍범 박사 의학박사·국제수면전문의 www.komok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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