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28>8개월 만의 배밀이

  • 입력 2006년 4월 1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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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원이 배밀이 하는 것 봐!”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으로 두리번거리던 지원이에게 목표물이 잡혔다. 8개월 만에 지원이가 배밀이를 해서 승민이가 가지고 놀던 블록 장난감을 손에 쥐자 나와 아내는 박수를 쳤다. 지원이도 뭔가 성취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드는지 방글방글 웃는다.

지원이가 뒤집기만 할 땐 무작위로 돌아다니며 손에 잡히는 대로 쥐었지만 배밀이를 함으로써 정확히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반면 승민이는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내 장난감에 손대지 말란 말이야….”

지원이는 깨어 있는 동안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뒹굴뒹굴 구르기도 하고 손을 뻗어 딸랑이를 덥석 잡아 흔들며 입으로 탐색을 한다.

매일 새로운 운동기술을 배우고, 익히고, 근육을 단련한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며 의욕이 넘치는 지원이는 배움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아기의 운동 발달은 대부분 일정표에 맞춘 듯 동일한 순서로 진행된다. 돌 이전에 아기가 하는 대근육 운동은 목 가누기, 배밀이, 앉기, 기기, 서기, 걷기 순이다.

또 소근육 운동은 팔 휘두르기, 손 뻗기, 손 전체로 물건 잡기, 엄지와 검지로 물건 잡기 순으로 발전한다. 이때 운동 발달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생후 2개월째 뒤집고, 6개월째 기어다니고, 10개월 만에 걷게 됐다고 부모들이 자랑하는 소리도 심심찮게 듣는다.

반면 지원이의 운동 발달은 좀 느린 편이다. 6개월이 넘어서야 뒤집기를 시작하고, 8개월에 들어서야 간신히 혼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첫째 승민이에 비하면 한두 달은 느렸다.

그러나 우리는 조바심 내지 않는다. 지원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운동발달 시계가 좀 천천히 가는가 보다고 여길 뿐이다.

운동신경계의 발달속도는 유전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정상범위에 든다면 한두 달 늦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보통 손을 뻗는 동작은 2∼7개월, 혼자 앉기는 5∼9개월, 걷기는 9∼15개월 사이에 나타나면 정상이다. 또 운동신경계의 발달은 아기의 지능이나 전반적인 발달과는 무관하다. 15개월에 걷게 됐지만 두 돌 무렵에 알파벳을 뗀 아이도 보았다.

아기에게 걷기 연습을 시키면 좀 더 일찍 걸을 수 있을까? 기본적인 신경망이 정비됐을 때에야 아기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신경망이 성숙하지 않았을 때는 아무리 훈련과 연습을 시켜도 소용이 없다.

“마음껏 뒹굴고, 마음껏 놀아라.” 나는 바닥의 위험한 물건들을 치우고, 거실에 넓게 담요를 깔고, 지원이 옆에 엎드려 곰처럼 뒹굴었다. 하루하루 변하는 지원이와 ‘곰놀이’를 할 날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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