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곤 교수의 Really?]창문 열어놓고 환풍기 켜면 효과없어

  • 입력 2004년 9월 7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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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설치된 환풍기는 용변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화장실 문 밖에 있는 사람에게 냄새가 나지 않도록 만든 장치다.
화장실에 설치된 환풍기는 용변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화장실 문 밖에 있는 사람에게 냄새가 나지 않도록 만든 장치다.
공공건물이나 아파트의 화장실에 가보면 환풍장치라고 해서 선풍기 같은 것이 돌아가고 있다. 말 그대로 그 선풍기가 화장실 안의 공기를 빼내 악취를 없앤다. 하지만 원리를 모르는 탓에 잘못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내의 공기를 환기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실내에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집어넣는 것이다. 중앙냉방장치가 대표적인 것으로 중앙에서 찬 공기를 만들어내 각 방에 불어넣는 방식이다. 이때 실내의 공기 압력이 외부보다 약간 높아지고, 실내의 더운 공기는 압력이 낮은 바깥쪽으로 새어나가게 된다.

화장실의 환풍장치는 반대로 화장실 안의 공기를 외부로 빼내 실내의 공기 압력을 바깥보다 약간 낮게 만든다. 이렇게 약간 낮아진 압력을 ‘음압(negative pressure)’이라고 한다.

이때 문 바깥에서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화장실 문틈을 통해 밖으로 악취가 새어나가지 않는다. 즉 화장실 환풍기의 목적은 냄새를 만들어낸 화장실 안의 사람이 아니라 화장실 밖의 사람이 악취를 맡지 않게 하려고 만든 것이다.

음압의 원리는 과학실험을 수행하는 연구실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위험한 바이러스나 독극물을 다루는 실험실이라면 내부의 위험물질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면 안 된다. 따라서 건물 전체를 밀봉하고, 실험실 내부의 공기를 빼내 실험실을 음압 상태로 유지한다. 물론 실내의 ‘오염된 공기’는 별도의 정화장치로 처리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를 잘 모르고 화장실의 환풍기를 튼 상태에서 환풍기 밑에 위치한 창문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다. 환기를 위해 우선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실내에 들여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환풍기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다. 창문을 통해 공기가 들어와 실내의 압력이 외부와 같아지기 때문이다. 악취가 환풍기를 통해 빠져나가지 않고 화장실 문틈으로 새어나가 화장실 밖에서는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역효과만 낳은 채 전기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cha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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