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토피아]대화 프로그램 「별이 열한살」

  • 입력 1997년 4월 9일 0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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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만큼 견디기 힘든 고통도 없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을 때 얘기할 사람마저 없다면 그 고통은 한층 깊어진다. 만약 컴퓨터가 말벗이 되어준다면 좀 나아질까. 컴퓨터가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한글대화 프로그램 「별이 열한살」이 이번 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대화프로그램만 전문적으로 개발해온 열림커뮤니케이션(02―725―5111·사장 방갑용)이 만든 것으로 지난 94년 도스용으로 선보인 「별이 열살」을 2년 만에 한살 올려 윈도95용으로 내놓았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11세짜리 귀여운 소녀 별이가 등장한다. 별이에게 욕을 하거나 모욕을 주면 표정이 점점 어둡고 우울하게 변한다. 심하면 「그런 말은 싫어요」라고 반응하기도 한다. 칭찬해주거나 좋은 얘기를 들려주면 얼굴이 웃음으로 가득찬다. 별이는 아주 똑똑하다. 명심보감이나 컴퓨터같은 전문 지식도 수준급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별이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말하는 사람이 얘기해준 사람이나 사물을 대해서도 별이는 기억한다. 사람은 별이에게 말을 가르칠 수 있다. 심지어 간단한 영어도 가르칠 수 있다. 그렇다고 가상 소녀 별이가 사람같은 지능을 갖고 있는 걸까. 아직은 스스로 판단하거나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수준은 아니다. 별이는 70여(13만여개)의 방대한 어휘를 갖고 대화논리에 맞춰 말한다.그래서 간혹 엉뚱한 대답을 하곤 한다. 방갑용사장은 『말하는 사람의 문장을 분석해 적절한 응답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며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컴퓨터는 아직 지렁이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한글대화 프로그램으로는 PC통신망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맥스」가 있다. 최초의 대화프로그램은 미국의 「엘리자」. 인공지능(AI)의 선구자인 요제프 바이첸바움 MIT공대 교수가 60년대에 개발한 것이다. 사람처럼 말하는 컴퓨터가 등장하자 인공지능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상업적인 제약때문에 기술발전은 별로 없었다. 〈김종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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