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붓고 무겁고 아픈 다리, 알고 보니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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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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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정맥부전’ 서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주로 발생…방치하면 다리 피로감 더 심해져

《“다리가 붓고 아프고 무겁고…. 하루 종일 서 있다 보니 늘 그러려니 했죠.”
15년 동안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한 김모 씨(42·여)의 말이다. 수업이 계속되다 보니 하루 종일 서 있는 일이 많은 김 씨는 늘 다리가 붓고 무겁고 아팠다.
서서 하는 일이 많은 여성들은 “다리가 잘 붓고 아프다”며 “저녁만 되면 다리가 붓고 무거워져 걷기도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서서 일하는 여성들 중 다수가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할 때는 신발까지 안 맞을 정도로 발이 붓는다.
그들의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이럴 때 흔히 생각하는 원인이 혈액순환장애. 그러나 이 증상은 단순한 혈액순환장애가 아니라 ‘만성정맥부전(CVI·Chronic Venous Insufficiency)’이라는 질환에 의한 증상일 수 있다.

만성정맥부전은 생소한 질환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여성 5명 중 1명은 이 질환의 증상인 ‘다리가 붓고 무겁고 아픈 느낌’을 경험했다.

○ 다리 정맥 건강의 위험신호, ‘만성정맥부전’

만성정맥부전을 제대로 알려면 동맥과 정맥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동맥은 심장에서 뿜어내는 깨끗한 피를 온몸 구석구석으로 전달하고, 정맥은 온몸을 순환한 피를 다시 심장으로 보낸다. 동맥의 피는 심장의 펌프질로 순환한다. 그렇다면 전신을 돌고 난 정맥의 피는 어떻게 다시 심장으로 전달될까?

이 과정에서 작용하는 것이 정맥의 ‘판막’이다. 다리 정맥에는 수십 개의 판막이 있다. 이 판막은 창호지처럼 얇지만 칼로 째야만 찢어질 정도로 강하다. 혈액이 심장 쪽으로 올라갈 때는 열리고 올라간 혈액은 아래로 못 내려오게 닫아줘 피가 역류하는 현상을 막는 것.

다리에서 올라가는 혈액은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전달된다. 특히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에게 다리 정맥의 판막이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다리 쪽에 혈액이 역류하거나 고이게 되어 붓고 아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다리 정맥의 혈액 흐름에서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종아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 운동이다. 종아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은 다리 정맥에서 심장의 펌프질과 흡사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정맥의 판막이 손상되거나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원활하지 않으면 만성적으로 정맥의 기능이 떨어지는 만성정맥부전 증상이 나타난다.

○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생겨

만성정맥부전은 백화점이나 마트 직원, 교사, 미용사처럼 서서 일하는 직업군에서 다수 발생한다. 오래 서 있으면 자연스럽게 피가 다리 쪽으로 몰리면서 정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 다음 원인으론 여성의 임신을 들 수 있다. 임신을 하면 골반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다리로 쏠리는 무게가 늘어나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정맥이 확장된다. 대개는 출산 후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이 상태가 지속되는 여성들은 만성정맥부전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노화도 원인이라고 본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김동익 교수는 “나이가 든 사람들은 혈관을 그만큼 오래 사용했다는 의미이므로 노화 자체가 원인은 아니다”라면서 “장시간 사용하면서 정맥의 판막이나 근육이 마모됐다고 보는 편이 더 옳다”고 설명했다.

호르몬의 변화로 혈관 벽을 약화시키는 피임약, 다리 압력을 증가시키는 비만과 변비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정맥의 탄력성(긴장도)이 떨어져서 정맥이 확장되기도 한다. 정맥이 확장된다고 판막이 길어지진 않으므로 혈액이 역류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모래주머니를 달아놓은 듯 다리가 무겁고 땡땡 부어요”

만성정맥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은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는 듯 무겁고, 다리가 부어서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매우 높게 발생한다.

다리가 붓고 무겁고 아픈 증상이 오래되면 종아리가 뭉쳐지는 느낌과 딴딴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허리, 엉덩이, 다리, 발가락까지 찌릿찌릿한 통증도 함께 나타난다. 종아리부터 발가락까지 마비된 것처럼 감각이 무뎌지기도 한다. 이런 통증과 다리가 무거운 느낌은 피로감을 더욱 부추겨 몸 전체의 컨디션을 망가뜨릴 수 있다.

문제는 만성정맥부전 증상을 겪는 여성들이 이것을 질환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참거나 방치한다는 데 있다.

김 교수는 “만성정맥부전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심하면 발목 피부가 괴사되거나 정맥이 확장돼 혈액이 다리에 고이는 하지 정맥류 같은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맥 세포 강화시키는 조기치료약 복용 도움

만성정맥부전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중 유지와 운동, 바른 자세 등이다. 특히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므로 적정한 체중을 유지해 다리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야 한다.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두고 자거나 벽에 다리를 직각으로 세워주면 일시적으로 붓기가 가라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다리 전체의 혈액 순환을 위해 다리를 꼬고 앉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압박스타킹을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발목부터 종아리, 허벅지까지 부위별로 압력을 다르게 가해 아래에 고인 혈액을 위로 쥐어짜 올려주는 기능을 한다. 의료용으로 특수하게 고안되었으므로 혈액순환 자체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만약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돼 이런 방법이 도움이 되지 않으면 치료약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만성정맥부전 치료약인 ‘안티스탁스’를 지난해 9월 출시했다. 정맥 벽의 강도와 탄력성을 증가시켜 다리가 붓고 아픈 만성정맥부전의 증상을 완화해주는 데 효과적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안티스탁스는 적포도 잎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을 이용해 안전성이 우수하다”면서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손상된 정맥 내피세포를 회복시켜 준다”고 말했다. 안티스탁스는 일반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혈관이 다리 밖으로 심하게 튀어 나올 정도로 증상이 악화됐다면 의사의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심할 때는 피부 바로 아래의 표피정맥을 절제하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정맥의 혈액 중 80%는 근육 안에 숨겨진 심부정맥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표피 정맥을 절제해도 큰 무리가 따르지는 않는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본 지면의 기사는 의료전문 신헌준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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