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 101종 ‘살아있는 사진’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코멘트
금강모치 고유종부터 블루길 외래종까지

《‘꼬치동자개’라는 물고기가 있다. 천연기념물 455호로 한국에서만 사는 고유종이다. 다 자라도 몸길이가 10cm 정도로 매우 작다. 눈 사이에 수염이 두 개 있다. 전체적으로 짙은 녹갈색을 띠고 연노란색이 흩어져 있다. 워낙 귀해 일반인들이 하천에서 직접 보기는 어렵다. 다른 민물고기 ‘쉬리’의 사정도 비슷하다. 영화를 통해 누구나 아는 ‘국민 물고기’가 됐지만 막상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이 ‘쉬리야, 꼬치동자개를 보았니?’(사진)라는 사진집을 12일 선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 사진집 ‘쉬리야, …’ 펴내
기존의 죽은 물고기 표본도감과 대조

○ 천연기념물 4종-멸종위기 12종 포함

사진집에는 전국 640곳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 101종의 살아 있는 사진이 실려 있다. 현재 국내에는 민물고기 도감 5, 6종이 있지만 대부분 죽은 물고기 표본 사진이 실려 있다. 살아 있는 물고기 사진도 상태가 나쁘거나 크기가 작은 것이 대부분이다. 사진보다는 설명 중심이어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진집에는 실제 서식처나 비슷한 환경을 배경으로 모두 살아 있는 물고기 사진이 담겨 있다. 이렇게 생생한 물고기 사진집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사진집에는 금강모치 같은 한국 고유종부터 배스와 블루길 같은 외래종까지 다양한 민물고기의 모습이 담겨 있다. 흰수염이 특징인 흰수마자, 표범의 얼굴을 닮은 수수미꾸리 등이 눈에 띈다. 또 묵납자루와 버들붕어는 은은한 멋 때문에 민물고기 전문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101종 중에는 꼬치동자개 등 천연기념물 4종과 쉬리 등 한국 고유종 39종, 미호종개 등 멸종위기 1, 2급 12종도 포함돼 있다. 이번 사진집을 펴낸 국립환경과학원 유역생태연구팀 변명섭 연구사는 “국내 민물고기 도감에 늘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며 “민간에 이끌려가지 말고 표준이 될 수 있는 사진집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 물고기 찾아 하루 1000km 이동

사진집 제작은 2008년 초부터 시작됐다. 기본적인 제작 방향과 계획을 세운 뒤 수생태계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 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을 찾아나섰다. 충남 보령시에서 민물생태관을 운영하는 조성장 사장이 변 연구사와 물고기 채집을 함께 했다. 조 사장은 어부 출신으로 40여 년 경력의 민물고기 전문가. 10여 년 전부터 국내 대학과 연구소, 민간업체 100여 곳에 민물고기를 채집해 공급하고 있다.

전문가 2명이 나섰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다. 단 한 번 현장 방문으로 채집에 성공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 대부분 3, 4회 서식처를 찾거나 많게는 10회 가까이 시도한 끝에 물고기를 채집한 적도 있었다. 게다가 업무 때문에 평일이 아닌 주말에만 채집에 나서다 보니 하루에 7, 8곳 이상을 다녀야 했다. 어떤 날은 하루 1000km 이상을 이동한 적도 있다. 변 연구사와 조 사장은 아예 차량에 취사도구를 갖고 다니며 물고기를 채집하고 현장 사진을 찍었다. 투망을 이용해 채집에 나섰다가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도 3, 4차례나 된다. 현행법상 연구 목적을 제외하고 투망을 이용해 민물고기를 잡는 것은 불법이다.

○ 사진 한 컷 위해 1시간 기다리기도

물고기 채집이 끝이 아니다. 채집한 물고기는 서울의 한 수조업체로 옮겨졌다. 이 중에서 외모나 기운이 온전한 물고기를 골라야 한다. 일단 대상 물고기가 선정되면 비슷하게 서식 환경을 꾸민 수조로 옮긴다. 이때부터는 그야말로 인내력의 싸움이다. 변 연구사는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가까이 자신의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물고기가 원하는 포즈를 언제 취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변 연구사는 “살아 있는 물고기 사진을 찍는 것은 그야말로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라며 “눈물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결과는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국토 면적에 비해 토종 민물고기의 종류가 매우 많다”며 “이번에 싣지 못한 나머지 민물고기의 사진집도 조만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국내 민물고기 마니아가 1만 명 정도 있다”며 “토종 민물고기는 외래종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멋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채집한 물고기들의 사진을 찍은 뒤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