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 33]「다크시티」와 염력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09분


과연 ‘염력’은 가능한가, 영화 다크시티

‘가타카’와 함께 올해 국내외 SF영화팬들 사이에 최대 화제작이었던 ‘다크 시티’가 뒤늦게 한국에서 개봉된다.

‘스트레인저’라는 외계인들이 한 도시의 인간들을 대상으로 매일밤 새로운 기억을 주입시킨 뒤 행동을 관찰한다는 게 주요 스토리.

이 영화에서 외계인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염력’. 외계인들은 정신집중만으로 물질을 움직이며 공중을 날아다니기도 한다. 특히 집단적인 염력을 써서 거대한 건물들을 쑥쑥 자라나게 하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CG)의 백미. 그런가하면 영화 막바지에선 일종의 초인간인 주인공이 바다를 만들어내고 심지어 태양도 떠오르게 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염력은 과학계에서 SF적 공상이 아닌 엄연히 초심리학이라는 학문의 한 영역으로 연구되는 대상. ‘PK’ 또는 ‘사이코키네시스(psycho―kinesis)’라고 불리며 냉전시대부터 미국과 소련 양국이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부으며 경쟁을 벌였던 분야다.

하지만 ‘다크 시티’의 염력은 과학적으로 한가지 큰 허점이 있다. 원래 염력이란 주사위를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거나 하는 식으로 기존의 물체를 손대지 않고 움직이는 힘. 하지만 다크시티에선 새로운 물질들이 허공에서 마구 생겨난다.

바로 가장 기본적인 자연 법칙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물질이 사라지면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가 발생하며 반대로 물질을 생성하려고 해도 역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영화처럼 막대한 양의 물질이 생겨나려면 수소폭탄 수만 개로도 어림없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

그러나 공상은 역시 공상. SF적 상상력을 더 끌어들이면 설명이 가능하다. 이른바 ‘초공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 물질이나 에너지 전송처럼 3차원적 물리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일도 초공간에서는 가능할 지도 모른다. SF를 접하는 즐거움은 이처럼 끝이 없는 상상력의 자극이 아닐까.

박상준(SF해설가)cosmo@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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