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초짜도 10분밖에 안 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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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기자 해킹 체험기

타인의 컴퓨터를 엿볼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일반인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컴퓨터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
가 요구된다. 본보 인턴기자가 해킹 프로그램 실험에 참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타인의 컴퓨터를 엿볼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일반인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컴퓨터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 가 요구된다. 본보 인턴기자가 해킹 프로그램 실험에 참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불과 10분. 15일 기자가 친구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이날 기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해킹과 관련된 몇 가지 단어를 조합해 한 해외 다운로드 사이트를 검색했다. 여기서 해킹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 친구에게 악성코드를 첨부한 e메일을 보냈다.

e메일을 확인한 친구가 첨부파일을 내려받자마자 기자의 노트북컴퓨터에서는 친구의 노트북 화면이 그대로 보였다. 기자는 친구 컴퓨터에 저장된 모든 파일을 내 컴퓨터처럼 마음대로 열어봤다. 삭제도 가능했다. 웹캠을 통해 친구가 하품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나타났다. 컴퓨터에 능숙하지 못한 기자도 한순간에 해커가 될 수 있었다.

해킹은 그동안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는 프로그램을 내려받거나 구매하는 방법으로 일반인도 손쉽게 해킹을 시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자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해킹 프로그램 관련 검색을 하자 ‘해킹 프로그램을 판매한다’는 광고가 담긴 카페와 블로그가 수십 개 발견됐다. 이들은 ‘애인의 컴퓨터 키보드 입력 내용 보여드립니다. 파일 확인과 직접 업로드 다운로드 가능’ ‘백신에 감지되지 않고 해킹할 수 있게 우회해 드립니다. 사용법을 모르시면 원격으로 가르쳐 드립니다’라고 홍보하며 해킹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해킹 프로그램을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사이트까지 소개돼 있다. 해킹 프로그램으로 타인의 컴퓨터를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호기심에 해킹을 하려다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기자는 취재를 위해 인터넷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려다 금전 사기를 당했다. 보통 해커들은 애인 컴퓨터 해킹, 웹캠 해킹, 디도스 공격 대행 등 다양한 해킹에 대해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반면 사기 해커들은 대부분 신분을 속이기 위해 인터넷 메신저 연락처만 올려놓았다. 이들의 한 메신저에 접근해 애인 컴퓨터 해킹 방법을 요청하자 5만∼30만 원을 요구했다. 구입 의사를 밝힌 뒤 ‘문화상품권 PIN(식별번호)’을 보내주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킹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것은 불법이어서 돈을 떼이고도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해킹 프로그램이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범람하고 있지만 피해 사례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 경찰은 인터넷상에 불법 해킹 프로그램 판매 사례가 증가하자 대대적 단속을 실시해 올해 4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 판매 및 디도스 공격대행을 한 14세의 중학교 3학년생을 검거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측은 “현재 500여 명의 모니터링 요원이 해킹 프로그램, 음란물 등 유해 정보에 대해 감시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런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백신 프로그램으로 모든 해킹을 방어할 수도 없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해킹 프로그램은 10만 가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킹 프로그램을 완벽히 막을 수 있는 백신 프로그램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이들은 ‘A, B, C 백신 프로그램 등을 모두 뚫을 수 있으니 문의 달라’며 광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프로그램을 자주 업데이트하면 단순한 종류의 해킹 프로그램은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악성코드는 음란물이나 게임 영화 등을 불법으로 내려받으면서 감염된다”며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만 내려받고 의심이 가는 e메일의 첨부파일은 열지 않는 것이 감염 예방의 최선”이라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문성민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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