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원 박사의 자연의학]내몸, 내가 고쳐쓴다<4>소화에 꼭 필요한 위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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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억제 마세요


‘나는 위산 부족인가, 위산 과다인가?’

하루는 60대 남성이 찾아왔다. 특별한 병은 없는데 항상 피곤하다고 했고, 안색은 거의 잿빛에 가까울 정도로 안 좋았다. 상담을 해보니 만성 소화불량과 속 쓰림으로 20년 넘게 제산제를 먹다가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약을 먹고 속 쓰림이 없어져 7년째 복용 중이라고 했다. 세상에나!

위산은 강한 산성으로, 위장에서 음식을 삭혀 소화시키며 음식과 함께 들어오는 박테리아와 기생충을 죽인다. 췌장과 담낭에 소화효소와 담즙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보내 음식이 장에서 소화가 잘되도록 돕는다. 또 위산은 소장, 대장에 살고 있는 좋은 균들을 살린다. 이 균들은 산성을 좋아해 위산이 있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위산을 7년간이나 억제해왔다니! 20, 30대 젊은 나이에는 위산 과다가 있을 수 있으나 50, 60대가 되면 위산 과다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소화가 안 되고 속이 쓰리면 제산제나 위산 억제제부터 먹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이 위산 부족인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식당에서 초밥이나 생선회, 냉면, 샐러드 같은 찬 음식을 먹고 설사를 한다면 위산 부족이다. 청결하지 못한 식당의 도마나 주방기기, 채소 등에 있는 살모넬라균이나 음식을 다루는 사람의 피부에 있는 포도상구균은 식중독을 유발한다. 위산이 부족하면 이런 균들은 위장에서 죽지 않고 통과해 장에서 설사를 일으키는 것이다.

식사 후 과일을 먹었을 때 소화가 안 되는 사람도 위산 부족이다. 알칼리성인 과일, 채소가 위산을 중화시키는 제산제 역할을 해 위산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식사할 때 물을 마시면 위산이 희석돼 소화가 잘 안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식후 굴 껍데기로 만든 탄산칼슘을 먹었을 때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 역시 위산이 부족한 경우다. 알칼리성인 칼슘이 제산제 역할을 하는 것.

위산이 부족하면 소화불량과 속 쓰림 현상이 나타나고, 배가 더부룩하고 트림이 자주 나오며, 가스가 차고 변비가 생기거나 변이 묽어진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위산과 소화효소가 부족한 사람은 항상 에너지가 부족하고 피로하며 건강하지 못하다. 나이가 들면 소화 기능이 떨어져 위산과 소화효소가 부족해지는데, 이럴 때는 ‘위산’과 ‘소화효소’를 보충해줘야 소화 흡수가 잘되고 피로도 덜해진다.

반대로 위산 과다로 속 쓰림이 있을 때에는 제산제나 위산분비 억제제를 복용하지 말고 칼슘이나 과일, 채소를 먹는 것이 좋다.

이경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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