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 칭기즈칸 손자의 손자의…손자는 40대 美백인교수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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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양의 정복자 칭기즈칸의 후손이라고요?”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대의 톰 로빈슨(48·회계학) 교수가 뜻밖이라며 던진 말이다. 13세기 동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원나라 태조 칭기즈칸의 흔적이 로빈슨 교수의 유전자 속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칭기즈칸의 ‘유전적 후손’이 서양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30일 보도했다.

로빈슨 교수는 4년 전 유전자 검색을 통해 조상을 찾아 주는 회사인 ‘옥스퍼드 앤세스터스’에 자신의 DNA를 제공했다. 이 회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그의 부계 조상이 카스피 해 인근의 캅카스에서 유래했다고 판정했다. 그의 조상 중 누군가가 영국으로 건너왔고, 고조할아버지가 미국으로 이주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특히 로빈슨 교수가 지닌 Y염색체는 옛 몽골제국의 영토에 거주하는 아시아 남자 1600만 명에게서 발견되는 Y염색체와 거의 같았다. 아시아 남자들의 Y염색체 마커(표지) 9개 중 8개가 로빈슨 교수의 것과 같았다. 옥스퍼드 앤세스터스 브라이언 사이크스 사장은 “이 정도면 아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자들에게만 있는 Y염색체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친자확인 검사 때도 활용된다. 로빈슨 교수의 Y염색체 중 상이한 마커 1개는 800년동안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됐다.

옥스퍼드 앤세스터스는 이 Y염색체가 칭기즈칸으로부터 비롯됐다는 판단을 2003년 미국 인간유전학회지에 발표된 국제 공동연구를 토대로 이끌어 냈다.

당시 각국의 유전학자 23명은 옛 몽골제국의 영토 안에서 많이 발견되는 이 Y염색체의 기원을 ‘정복’과 ‘문화’로 설명했다. 칭기즈칸과 그 직계 자손들은 전리품 가운데 하나로 ‘미녀’들을 차지했고, 여기에 일부다처제 문화가 덧붙여져 후손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 칸은 정실(正室) 아들이 22명이었으며 해마다 규방에 처녀 30명을 추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학자들은 “칭기즈칸의 무덤에서 DNA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칭기즈칸의 유전적 후손임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연구의 한계를 밝히기도 했다.

성격이 온순하고 슬하에 아이가 없는 로빈슨 교수는 “칭기즈칸과 나는 닮은 점이 별로 없다”면서도 “칭기즈칸 관련 서적을 읽어 보니 잔인한 정복자로만 알려진 세간의 평가는 틀린 것 같다”며 ‘조상’을 두둔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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